최근 친러파 정권을 내쫓은 임시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크림반도에서는 25일(현지시간)까지 사흘째 임시 정부를 성토하고 러시아 당국의 보호를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군사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CIS) 문제 담당위원회 위원장 레이니트 슬루츠키 의원은 크림반도 주도(州都) 심페로폴에서 시위대를 만나 “러시아 의회가 크림반도 주민 등 우크라이나인이 빠르게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게 해주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 의회가 크림반도 주민 등 우크라이나인이 빠르게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게 해주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의회 대표단은 25일 크림반도를 찾아 이곳 러시아계 주민에게 자국 여권 발급을 간소화하는 조처를 약속했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 전면전을 벌이기 전 현지 주민에게 대거 자국 여권을 발급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 BBC 방송은 “우크라이나가 방공망 등 국방력이 탄탄한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견제가 강해, 러시아가 2008년 때처럼 과감히 크림반도에 개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우리나라 강원도(2만569㎢)보다 조금 넓은 크림반도(2만5천600㎢)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지정학적인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요충지인 것이다.
흑해 북부에 위치한 크림반도에는 날씨가 포근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 세바스토폴이라는 부동항(不凍港)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세바스토폴 항을 2024년까지 장기 조차한다는 협정을 맺고 흑해함대 주둔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 흑해함대로서는 보스포러스 해협과 에게해를 거쳐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길목을 확보한 셈인다.
역사적으로도 크림반도는 오랜 기간 러시아 영토였다. 크림반도는 지난 1954년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병 300주년 기념으로 우크라이나에 양도했다.
크림반도는 현재 주민 197만명 중 러시아계가 60%로 다수를 차지하지만 반러 감정이 큰 우크라이나계(24%)와 타타르계(12%)도 적지 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크림반도에는 러시아 재편입을 원하는 주민이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세기 중반 크림반도에서는 러시아 제국의 남하 정책에 맞서 오스만 제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연합국’이 뭉쳐 싸운 ‘크림전쟁’이 발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