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가 경기 조작을 의심한 경기는 1964년 2월 25일 알리가 소니 리스턴을 꺾고 처음으로 헤비급 세계챔피언 벨트를 맨 일전이다.
영국 BBC 방송과 미국 언론은 알리의 세계챔피언 등극 50주년을 맞은 25일(현지시간) FBI의 조사 일화를 소개했다.
당대의 돌주먹인 리스턴은 50년 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서 열린 경기에서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이름을 쓰던 복싱계의 '샛별'에게 기권패하고 챔피언 타이틀을 내줬다.
그는 당시 어깨 통증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했다.
클레이는 훗날 이슬람으로 개종해 복싱의 새 역사를 쓴 무함마드 알리다.
경기 결과에 석연치 않은 반응이 쏟아지자 FBI는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 애시 레스닉을 승부조작의 주범으로 점찍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수사 내용은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존 에드거 후버 FBI 국장에게 메모 형식으로 직접 전달됐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타임스가 입수한 1966년 5월 24일자 FBI 메모는 휴스턴의 도박사 버넷 매기즈가 경기에 앞서 승부 조작을 미리 통보받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매기즈는 리스턴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경기 당일 레스닉으로부터 "리스턴에게 내깃돈을 걸지 말라. TV로 경기나 관전하라"는 전화를 받았으며 이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감'을 잡은 것으로 돼 있다.
또 메모에는 레스닉과 리스턴이 알리의 승리에 100만 달러를 베팅해 승부 조작을 합작한 것으로 적혀 있다.
알리가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공정한 승부'였다는 복싱계 자체 조사와는 달리 FBI는 승부 조작 쪽에 무게를 싣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알리가 리스턴을 꺾고 '세계의 왕'이라고 외친 이 경기를 20세기 스포츠 명장면 4위로 꼽았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던' 알리는 1965년 리스턴과의 두 번째 대결에서는 KO 승리를 거둬 전성시대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