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사이에서는 '분리 독립' 주장도 나와 우크라이나 정변이 친러 지역과 새 정부 사이의 내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세바스토폴 등 크림반도 곳곳에서는 25일(현지시간)까지 사흘째 시위대 수천 명이 우크라이나 임시정부를 '도적떼'로 성토하고 러시아 당국의 보호를 요청하는 집회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하던 건설 노동자 비아체슬라프 토카레프(39)는 25일 AP통신에 "수도 키예프에서 정권을 탈취한 파시스트들에 맞서 무기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문제 담당위원회 위원장 레이니트 슬루츠키 의원은 이날 크림반도 주도(州都) 심페로폴에서 시위대를 만나 "러시아어를 쓰는 우리 동포가 (이곳에서) 안전에 위협을 받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슬루츠키 의원은 또 러시아 의회가 크림반도 주민 등 우크라이나인이 빠르게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게 해주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크림반도의 항구 도시인 세바스토폴 거리에는 러시아군 장갑차 1대와 러시아 군인들을 실은 트럭 2대가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세바스토폴에는 러시아 흑해 함대가 주둔해 있지만, 과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당국의 요청으로 시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피해왔다.
세바스토폴 시의회 청사 앞에는 24일 시위대가 찢은 우크라이나 국기 대신 러시아 국기가 펄럭였다.
크림반도 당국자들은 현재 수도 키예프의 임시 정부에 불복을 선언하진 않은 상태다. 임시 정부는 분리주의 운동을 벌인 자는 즉각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2일 키예프에서 도주해 현재 당국에 쫓기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크림반도에서 모습이 목격됐다.
한편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25일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의 몇몇 지역에서 매우 위험한 분리주의 징후가 있다"며 군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르치노프 권한 대행은 분리주의 문제가 큰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그리스정교회의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대주교도 25일 로마에서 "외부 세력이 조국에 내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이 임시정부를 지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 등 옛 집권층은 소련 시절부터 개발 혜택을 누린 동부 지역을 정치적 거점으로 삼아 친러 성향이 뚜렷하다.
우크라이나 내분은 작년 11월 친 서방 성향인 야권과 서부 지역이 EU 통합 협상이 돌연 무산된 것에 반발하면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