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특허분쟁…공정위, 삼성 손 들어줘

표준특허권과 프랜드 조항 충돌…공정위, "삼성 사업방해 아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로고. (홈페이지 캡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표준특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특허권자가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한 행위는 사업방해에 해당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특허분쟁에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표준특허권을 가진 삼성이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업방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표준특허권자의 침해금지 청구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사례여서 주목된다.

◈ 특허권(삼성) vs 프랜드(애플) 충돌

애플은 지난 2012년 4월 3일, 삼성전자가 표준특허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행위가 사업활동 방해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신고를 했다.

표준특허는 기술표준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특허를 뜻하는 것으로, 다른 특허로 대체나 우회가 불가능하다. 표준특허를 갖고 있으면 관련 기술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된다.


때문에 표준화기구는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후에 특허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를 프랜드(FRAND)라고 부른다. 표준특허권자가 특허가 없는 업체의 제품생산을 금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4월 22일, 서울 중앙지법에 애플을 상대로 3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관련한 4개 표준특허와 1개 비표준특허의 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아이폰 3GS와 아이폰4, 아이패드 1,2의 판매금지를 청구했다.

애플이 같은해 4월 15일에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디자인권과 비표준특허의 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한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었다.

삼성이 소송을 제기하자 애플은 이듬해 4월 공정위에 신고를 접수하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특허침해 소송을 부당하게 이용해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공정위, "불공정거래 아니다"…EU와 정반대 결론

공정위는 그러나 삼성의 특허침해 소송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는 먼저 애플이 특허 실시료(사용료)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애플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협상분위기를 특허분쟁 소송 국면으로 유도했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삼성전자에 어떠한 실시료도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금지청구소송을 전후로 다양한 실시조건들을 애플에게 제안했고 삼성이 제안한 실시료율이 프랜드 조건에 위반되는 과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당한 사업활동 방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필수요소에 대한 접근을 거절했다는 애플의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을 포함한 50개 이상의 회사가 3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관련해 1만5천건 이상의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의 표준특허 4건은 독점적 통제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특허정보를 고의로 지연공개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전자가 표준특허 공개 평균기간이 1년 7개월에 달하는 점, 특허 은폐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무혐의로 판정했다.

공정위는 "이건 사건은 심결례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사건으로, 국내외 판례와 해외 경쟁당국의 논의 동향, 프랜드 법리, 양사의 성실한 협상 여부 등 다각적 검토를 거쳐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공정위의 판단은 지난 2012년 말 EU 경쟁당국이 같은 내용에 대해 삼성전자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잠정 판단한 것과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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