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자산 총액기준 국내 100대 그룹 상장사와 비상장사 2,332개 회사(2월 4일 기준)의 대주주일가 지분율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정위의 감시 대상 계열사 비중은 43개 기업집단(13%)보다 하위 49개 그룹이 17%로 더 높게 나타났다.
비상장사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공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연말과 분기에 발표되는 최신 보고서상 지분율을 조사했으며, 해외 계열사는 제외했다.
100대 그룹 중 자산 5조 원 이하의 49개 그룹은 814개 전체 계열사 중 138개사(17%)가 공정위가 정한 대주주일가의 지분율 기준을 넘어섰다.
상장사가 121곳 중 34개사, 비상장사는 693곳 중 104개사였다.
일감몰이 규제 대상인 43개 기업집단은 상장사 223개사와 비상장사 1,296개사 중에서 각각 32개사, 165개사 등 총 197개사(13.0%)가 대주주일가 지분율 30%, 20%를 초과했다.
일감몰이로 막대한 자본이득을 챙기는 재벌들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자 법이 제정됐지만, 정작 감시 대상 계열사 비중이 더 높은 하위 그룹들은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하위 49개 그룹 중 공정위 규제 감시 대상 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대한유화와 경방이었다.
대한유화와 경방은 계열사가 4개와 2개에 불과하지만 대주주일가 지분율이 30%·20%을 초과한 비중이 50%에 달했다.
오뚜기와 SPC가 42.9%와 40%로 3, 4위를 기록했고, 이어 넥센(36.4%), 희성(35.7%), 고려제강·일진(33.3%), 무림(30.8%), S&T(30%) 등은 30%를 넘었다.
20% 이상인 그룹은 농심(29.4%), KISCO·한일시멘트(25%), KPX(24%), 이수·삼천리(23.1%), 동서(22.2%), 화승·대상(20%)이었다.
계룡, 보광, 사조, 동국산업, 선명, 아세아, 애경, 동원, 아주, 풍산, 태광실업, 오리온, LIG, 유진, 셀트리온, 세방, 대한제당 등도 10% 이상의 비중을 보였다.
반면 네이버, 동아쏘시오, 영원무역, 대신 등은 대주주일가 지분이 30%·20%를 넘긴 계열사가 하나도 없었다.
한편, 43개 기업집단에서는 부영과 한국타이어가 각각 16개의 계열사 중 9개사(56.3%)가 공정위 규제 대상에 해당돼 비중이 가장 높았다.
KCC도 10개사 중 5개 계열사가 대주주일가 지분율 규제 기준을 넘어섰다.
이어 태광(27.9%), 효성(26.2%), OCI·영풍·세아(26.1%), 대성(25.9%), GS(25%), 대림·현대산업개발(20%), 현대자동차(19.3%), 코오롱(18.9%), 현대(15%), 한화(12.8%), 두산(12.5%), LS(11.8%), 한진중공업(11.1%), 미래에셋(10.7%), 웅진·아모레퍼시픽(10%) 순으로 규제 대상 계열사 비중이 높았다.
반면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동국제강, 한라, 한국투자금융, 한솔 등은 대주주일가의 지분이 공정위 규제 기준을 초과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규제 대상 계열사 비중이 10% 이상인 기업만 살펴보더라도 상위 43개 기업집단은 22개 그룹(51.2%)이지만, 하위 49개 그룹은 중 37개 그룹(75.5%)이 해당돼 수나 비율면에서 상위 집단을 압도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공정위 감시 대상에서 제외된 100대 그룹 내 하위 그룹도 대주주일가의 기업지배 구조와 자산 증식 방법이 재벌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단순히 자산총액 5조 원 잣대로 못 박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재벌의 탈법적 자산 증식을 막는다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