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의회, 야누코비치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추진

결의안 채택·제소 서류 준비…키예프 방문 EU 대표 경제지원 약속

우크라이나 의회가 실각 후 도피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우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는 25일(현지시간)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헤이그 ICC에 제소하는 결의안을 제1차 독회(심의)에서 통과시켰다. 앞으로 2·3차 독회를 거치면 채택된다.

◇ 의회, 야누코비치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추진

의원들은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전(前)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이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지난 2월 22일까지 벌어진 우크라이나 야권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를 무력 진압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며 이들을 대량 학살 혐의로 국제 재판소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 정권과 싸워온 주요 야당 '스보보다'(자유당) 당수 올렉 탸그니복은 이날 의회 회의에서 야누코비치 ICC 제소를 위한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ICC 제소를 위해선 우크라이나 의회가 1998년 채택된 ICC 관할권 인정에 관한 로마 규정을 서둘러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로마 규정에 서명했지만 아직 의회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의회는 또 이날 최근 유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의 목록을 발표하면서 국경 수비대에 이들의 출국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올렉 마흐니츠키 검찰총장 대행은 평화적 시위대 대량 학살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정권 공직자가 약 50명 정도라고 밝혔다.

보건부는 이달 18~22일 기간 중 키예프에서 발생한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로 모두 82명이 숨지고 726명이 부상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 경제당국은 바닥 드러낸 국가금고 확충 방안 강구

새로 임명된 경제 당국자들은 이날도 가장 시급한 경제 위기 해결 방안 논의에 골몰했다.

하루 전 의회에 의해 중앙은행장으로 임명된 스테판 쿠비프는 현재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경제지원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의 쿠비프는 하루 전 사퇴한 이고리 소르킨를 대신해 중앙은행장에 임명됐다.

이에 앞서 유리 콜로보프 재무장관 대행은 우크라이나가 내년까지 재정 지출을 위해 외부에서 350억 달러를 긴급 지원받아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뉵은 이날 의회에서 "국내 채무만 약 22억 달러에 이르며 대외 채무도 변제해야 한다"며 "이 문제들을 처리하기위해 서둘러 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이 정부는 인기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문제만을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방도 과도 내각 구성 이후에야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자국 통화 흐리브냐의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화를 집중 투입하면서 외환보유액이 160억 달러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회 의장겸 대통령 권한 대행은 이날 의원들에게 늦어도 27일까지 과도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원내 정파들이 내각 구성에 관한 협의를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의회는 당초 25일까지 과도 내각을 구성할 예정이었다.

◇ EU 대표 키예프 방문해 경제 지원 등 약속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키예프를 방문해 최근 출소한 최대 야권 지도자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 및 야권 지도자들과 과도 정부 구성문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경제 지원 문제 등을 논의했다.

애슈턴은 티모셴코와의 면담에서 그녀가 정치로 복귀해 우크라이나의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애슈턴은 뒤이어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면서 "IMF 등과 장단기 차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EU는 우크라이나가 서둘러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차관을 지원받기위한 경제 개혁안을 제출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슈턴은 우크라이나가 영토적 단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과 밀접하게 연결된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러' 외무부 "옛 소련 기념물 훼손 저지" 촉구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최근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서 자행되고 있는 옛 소련 시절 기념비 훼손에 대해 항의하고 우크라이나 새 정부가 이같은 폭력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최근 중서부 도시들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옛 소련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을 훼손하거나 무너뜨리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24일엔 서부 리보프주 도시 브로디에서 1812년 모스크바를 침공한 나폴레옹군을 무찌른 미하일 쿠투조프 제정 러시아 장군의 동상이 철거되기도 했다.

시민들과 지역 의회 의원들은 과격 시위대가 기중기 등을 이용해 동상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의 민족주의 구호를 외쳤다.

야권 시위대는 또 이날 키예프 의회 건물 첨탑에 달려있던 옛 소련 상징물인 붉은 별을 잘라냈다. 러시아와 옛 소련의 잔재를 청산하고 유럽화를 지향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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