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아들과 현금 은폐 논의" 녹음파일 파문(종합)

총리 "공격 용납 못한다", 야당 "총리 사퇴해야"

터키 총리가 '비리 스캔들'이 터진 당일에 아들과 현금을 은폐하는 계획을 논의한 대화라고 주장한 녹음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녹음파일이 날조됐다며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반박했으나 야당은 통화 내용이 사실로 보인다며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터키 언론들은 25일(현지시간)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 빌랄 에르도안과 현금 10억 달러(약 1조730억원)를 숨기는 계획을 논의한 통화가 녹음된 파일이 유튜브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터키 언론의 보도와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에르도안 총리와 아들은 검찰과 경찰이 장관 3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을 뇌물 수수 혐의로 전격 체포한 지난해 12월 17일과 다음 날까지 5차례 통화했다.

일간지 자만은 대화 내용에는 이들이 은폐를 계획한 현금의 전체 규모가 나와있지 않지만 영상의 첫 부분에 최소 10억 달러를 5곳에 숨겼다는 설명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첫 통화는 체포가 이뤄진 당일 오전 8시2분에 이뤄졌으며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에게 검경이 체포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알려주고 아들 집에 있는 현금을 다른 장소로 옮기라고 시켰다.

이어진 통화에서 빌랄 에르도안은 에르도안 총리에게 돈을 숨기는 계획을 설명했으며 에르도안 총리는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에서 "날조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며 "이는 터키 총리를 겨냥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총리실도 전날 밤에 발표한 성명에서 "인터넷에 유포된 에르도안 총리와 아들의 통화라고 주장하는 음성녹음은 비도덕적 조작물로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총리실은 또 "터키공화국 총리를 대상으로 더러운 음모를 기획한 이들은 법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들은 전날 심야 회의를 소집해 총리의 비리가 드러났다며 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할루크 코치 대변인은 "이 정부는 이제부터 적법성을 상실 했다"며 "이런 더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 터키를 이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규르셀 테킨 원내대표는 휴리예트와 인터뷰에서 당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녹음파일이 진본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화인민당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감청파일을 재생하고서는 에르도안 총리를 '프라임 미니스터'(총리)라고 부르는 대신 "프라임 거짓말쟁이, 프라임 도둑"이라고 맹비난했다.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도 이날 총리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퇴진을 촉구했다.

바흐첼리 대표는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 빌랄에게 형과 삼촌 등과 논의해서 훔친 돈을 서둘러 집에서 치워버리라고 요구했다"며 "총리는 22억 리라의 더러운 돈을 다른 집에 숨기라고 급하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총리를 감청한 녹음파일의 공개로 정국이 요동치자 금융시장도 급락세를 보였다.

터키 리라화는 이날 장중 달러당 2.209리라를 기록해 2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이스탄불증시의 대표 지수인 BIST100도 전날보다 3% 하락했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이날 오후 앙카라대학교 학생 수백명이 교내에서 "도둑 에르도안,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해 충돌을 빚었다.

트위터에서는 이날 저녁 전국 각지에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타이이프 에르도안-빌랄 에르도안 2013년 12월17일 음성녹음'이란 제목의 영상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으며 영문으로 번역된 녹취록도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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