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전체를 갈등의 도가니에 빠트렸고, 국정조사까지 진행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제 진주의료원의 운명은 6·4 지방선거에서 갈리게 된다. 여야 할 것 없이 홍준표 지사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 꼭 1년 전,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홍준표 지사는 지난해 2월 26일, 103년 역사의 도립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다음 날에 홍 지사가 도민들을 놀라게 할 '깜짝 발표'를 한 셈이다.홍 지사가 도지사로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이다.
200여명의 입원 환자들에게는 모두 나가라고 했다.
처음에는 경영악화와 부채가 폐업의 주 원인이었다. 그러나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강성노조'. '귀족노조' 카드를 들고 나왔다. 7,80년대 노동탄압 시절 자주 쓰던 용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홍 지사는 "강성노조의 해방구로 변해버린 진주의료원에 세금을 단 한푼도 쓸 수 없다"며 폐업을 발표한 지 3개월 만인 그 해 5월 29일 진주의료원 문을 닫아 버렸다.
이 때문에 환자 203명은 강제 퇴원의 고통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37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진주의료원 직원 240명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연일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경찰과 도청 공무원들과 충돌에 충돌을 거듭했다.
노조 간부 2명은 아픈 몸을 이끌고 도청 철탑에 올라가 고공 농성까지 벌였고, 삭발, 진주의료원 본관 점거, 촛불문화제 등을 하며 홍 지사를 압박했다.
특히, 경남도의회에서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야권은 본회의장 점거 등으로 온 몸으로 막았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물리적 충돌 끝에 조례안이 강행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인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야권 여성 2명은 실신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으며, 본회의장은 도의회 개청 이래 처음으로 취재진과 도의원 등이 난립한 가운데 난장판이 되는 진기록을 낳았다.
홍 지사의 폐업 방침 발표 후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한 폐업반대 집회, 충돌, 고공농성 등에 대한 쌍방 고소·고발 건은 20여 건, 40여 명에 달했다.
노조원들의 고공농성 이후 경남도청 출입문은 정문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굳게 닫혀있다.
사상 초유의 지방의료원 강제 폐업은 전국적인 공공의료 논쟁으로 번졌다.
국회의원 선거 낙선 후 '갑자기' 도지사가 된 정치인 홍준표의 존재감은 급상승했다. 일부에서는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는 전술'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홍 지사는 어떤 비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보건복지부가 폐업을 만류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착한 적자'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홍 지사의 일방독주는 막아내지 못했다.
국회에서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가동돼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보고서까지 채택했지만, 홍 지사는 완강히 거부했다.
심지어 증인출석을 거부한 홍 지사에 대해 동행명령까지 내렸지만, 홍 지사는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까지 냈다.
당시 홍 지사는 "내가 친박이었어도 이렇게 핍박했겠냐"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로 화살을 돌렸다.
홍 지사는 또, 동행출석 명령에 "내가 범죄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면서 "지방사무에 대한 위헌적인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의 독주에 제동은 의미가 없었고, 오히려 청산 절차에 속도를 냈다.
홍 지사는 폐업으로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지난해 4월 서민의료대책을 발표했다.
도내 7만8천여 명의 의료급여 1종 수급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중 건강보험 대상이 되는 본인부담금 전액(32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홍 지사는 대책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1종 수급권자의 무상의료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1종 수급권자가 2년에 한번 받게 되는 위와 대장암 검진 때 원하면 수면내시경을 할 수 있도록 비용(6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유방암 검진 후 유소견자에 한해 초음파 비용(8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의 협의도 없이 발표부터 하고 본 '무상의료' 약속은 파기됐고, 결국 '수면내시경'과 '유방초음파 검사비'지원이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서민의료 대책이 된 셈이다.
홍 지사는 무상의료파기 뿐만아니라, 밀양송전탑 중재도, 무상급식 약속도 잇따라 파기했다.
홍 지사는 폐업 때 병원 건물을 매각하기로 했다가 최근 공공시설로 활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여전히 '지나간 옛 일'이라며 재개원 불가 방침을 천명하고 있어 재개원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노조사무실이 있는 호스피스병동에 단전 단수와 출입문 폐쇄 조치를 통보했다.
또, 법원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지 않은 것은 주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하자 경남도는 즉각 항소한 상태다.
노조와 야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총력 투쟁을 펼치기로 했다. 노조의 투쟁도 26일로 1년이 됐고, 경남도청 앞 노숙투쟁도 169일째를 맞았다.
야권에서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경남도가 협조를 하지않아 상정조차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노조는 홍 지사 취임 1주년을 "고집불통과 독선, 아집의 도정이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환자와 노동자들에게 피눈물을 강요하는 홍준표 도지사의 재선은 경남도민에게 재앙"이라며 홍 지사에게 도지사 선거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는 등 규탄 투쟁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
또, 폐업을 알리는 그림자 투쟁은 물론, 당선 저지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도 "도민을 이긴 도지사는 없다"며 재개원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에서는 지방공공병원을 강제폐업시킨 홍 지사에 대한 재공천이 '서민 의료정책 후퇴'로 연결되는 여론으로 작용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홍 지사가 대통령과 정부, 새누리당의 반대에도 폐업을 강행하며 보여준 독선적인 이미지에 대한 당내 반발도 적지 않다.
게다가 여당 경쟁자인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지방공공의료는 정상화 되어야 한다"며 "강제폐업시킨 진주의료원을 되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홍 지사와 전면전에 나섰다.
진주의료원을 공공의료기능이 강화된 '경남행복의료원'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홍 지사도 한 종편채널과 인터뷰를 통해 "새누리당 후보로 나와서 통합진보당 사람하고 가서 진주의료원 얘기를 하는 것은 우리 반대진영의 진보좌파들한테 역선택을 받아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좌파'라는 표현을 써가며 색깔론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박 전 시장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을 '잘했다'보다 '잘못했다'가 2배 가까이 높았다"며 "대통령의 뜻과 국회에서 재개원을 결의한 새누리당의 입장과 다른 것은 홍준표 지사"라고 맞받아쳤다.
다른 야권 후보들도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주요 공약을 내걸로 홍 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여야 할 것없이 홍 지사를 제외하고 다른 후보들이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찬성하면서, 홍 지사의 재선 여부는 진주의료원에 대한 심판으로 결정짓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