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인 71명이 출전한 우리 대표팀 가운데 경기 일정으로 일찍 돌아온 일부 선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가 전세기편으로 귀국했습니다. 귀국 현장에서 확인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얼굴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피곤함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선수들은 대부분이 곧바로 가족과 만났지만 메달을 목에 건 일부 선수는 선수단을 대표해 해단식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이상화와 박승희, 김연아, 이규혁 등이 해단식에 참가한 선수들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특히 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이상화와 6번째 올림픽을 마친 이규혁 등에게 소치 올림픽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습니다.
팬들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겨울 영웅'들을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인천국제공항까지 찾아와 행사장 인근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정확한 수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행사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앞사람 밀지 마세요”라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팬이 몰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선수단 해단식이 끝나자 취재진도, 팬들도 한숨부터 내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작 듣고 싶었던 선수들이 아니라 해단식을 찾은 각 단체 고위 관료들의 각종 ‘말씀’들이 10분 넘도록 계속됐습니다. 차기 대회 개최지 평창을 소개하는 동영상도 등장했습니다.
제한된 질문 개수 탓에 취재진의 눈치 보기가 한창인 가운데 생각지 못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메달 딴 선수의 개인적인 연애 이야기에, 앞으로 지어질 스포츠 복합시설에 선수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 개진까지 취재진은 물론, 팬들도 헛웃음을 지어야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의 이름조차 모르고 질문하는 취재진까지 있었다는 점입니다. 박승희 선수의 이름을 박상희라고 부르자 일부 팬들이 ‘박승희에요”라고 정정해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있었습니다. 진행자 역시 질문을 받은 선수가 답변을 채 마치기도 전에 서둘러 다음 순서를 진행하다 현장을 찾은 팬들의 야유에 당황하며 다시 선수의 답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상화 선수는 마이크만 만지다 끝내 올림픽 2연패의 소감 한 마디 전하지 못한 채 무대를 빠져 나와야 했습니다. 사실상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인 이규혁 선수 역시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구석에 앉아있다 씁쓸하게 이동했습니다.
30여분의 짧은 행사였지만 연단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소치 현지에서 해단식을 진행하고 공항에 도착해서는 보고 싶은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국민을 울고 웃게 했던 것은 선수들인데 정작 생색을 내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정말 이 행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