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1천대가 넘는 이라크군 탱크를 파괴해 '탱크 킬러'라는 별명에 걸맞은 성능을 입증한 미 공군의 지상지원기 A-10기도 퇴역한다고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4일 보도했다.
현대전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두 명품의 퇴진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미 국방비 감축 때문이다. 국방부는 우선 U-2기를 퇴역시키고 무인기인 '글로벌 호크'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녀'(Dragon Lady)라는 별명을 가진 U-2기는 원래 록히드 사가 중앙정보국(CIA)의 의뢰로 옛 소련에 대한 정찰용으로 개발해 1955년 첫 선을 보인 것으로, 2만1천300m의 고공에서 고성능 카메라로 이상물체를 촬영할 수 있다. 신호, 영상, 전자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하는 U-2기는 지상의 차량 번호판까지 파악이 가능할 정도며, 엔진을 끈 채 활공 비행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100여대가 생산된 U-2기는 소련의 대륙간탄도탄(ICBM) 기지 등에 대한 첩보 활동 외에도 1962년 쿠바 위기와 곧이은 베트남전 등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이 기종의 가장 큰 단점은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으로 실제로 1960년 소련을 시작으로 중국, 쿠바 등에서 모두 7대가 지대공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
대당 가격이 300억원이 넘는 U-2기는 주한미군에도 배치돼 있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지난해 3월 12일자에서 오산기지에 배치된 U-2기가 1976년 이후 거의 매일 북한에 대한 비밀 정찰 감시 임무를 수행해 왔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배치 U-2기를 담당하는 제5 정찰비행대는 북한의 군사 통신과 부대 이동,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시험 준비 상황 등을 감시해 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글로벌 호크가 U-2처럼 다양한 센서를 갖추지 못해 고공에서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없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좋은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특히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의 이런 주장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글로벌 호크기를 전술적으로 효율성이 없고, 운용비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퇴진시키려고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방부도 빠듯한 예산으로는 첩보기와 무인기를 한꺼번에 운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U-2기 유지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여러 논란에도 헤이글 장관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글로벌 호크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지난 몇년 동안 국방부가 "글로벌 호크 운용비를 줄이는 데 성공한 데다 비행 거리와 내구성이 향상돼 고공에서 미래형 정찰 임무에 적합한 기종"이라고 헤이글을 주장했다.
'멧돼지'(Warthog)이라는 투박한 별명을 가진 A-10기는 베트남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1972년 첫 선을 보였다. 이 기종은 정밀도를 자랑하는 매브릭 공대지 미사일과 웬만한 기동차량을 관통하는 30mm기관포, 사이더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해 있다. 특히 A-10기는 옛 소련제 23mm 실카 기관포 등 대공포화에도 견딜 수 있는 이중장갑으로 돼 있어 피격 시에도 생존율이 높고, 저공과 전천후 작전 능력 등을 갖췄다.
이런 성능을 가진 A-10의 퇴역 선언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논란의 핵심은 차세대형 전투기인 F-35 스텔스기 개발 비용을 마련하려고 A-10기를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헤이글은 "A-10기를 퇴역시키면 앞으로 5년 동안 35억 달러를 줄일 수 있는데다 2020년대 초반까지 A-10기를 고성능의 F-35기로 대체하겠다는 미 공군의 오랜 현대화계획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회 내 A-10기 옹호론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에 위치한 주방위군 기지에 배치돼 있고 아직 개발 단계인 F-35에 비해 이미 오래 전에 성능이 입증됐다며 퇴역 불가 이유를 내세웠다.
이런 주장에 대해 헤이글은 "수령이 40년이나 된 A-10기종은 원래 냉전 시대 전투에 적 탱크를 파괴하려고 개발한 것으로 고성능 항공기와 첨단 대공망 상황에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며 유지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