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수평전파 가능성 인정'…계열주체 정조준

계열주체 관리 소홀 드러나면 정부 지원 중단 등 강력 조치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들이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AI 확산과 관련해 철새 탓만 하던 정부가 결국 차량과 사람에 의한 수평전파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해 주목된다.

닭, 오리를 사육하는 농장과 이들을 관리하는 계열주체에 대해 더이상 봐주기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돼 가금류 생산, 판매 체계에 대변화가 예상된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충북 음성지역은 발병농가 반경 3㎞ 이내의 예방적 살처분 농가 31곳 중 26곳이 AI에 감염됐고, 2곳에서는 AI 바이러스 항체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이는 AI에 감염된 지 최소한 1주일 이상 지났다는 의미인데도 해당 농가는 AI 감염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수평전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음성지역의 닭과 오리농장은 국내 대규모 계열주체인 H사와 C사가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수평전파 가능성에 대해 계열주체와 사육농가들이 제대로 방역활동을 했는지, 차량과 사람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그동안 AI 수평전파 위험성에 대한 계속된 지적(CBS노컷뉴스 1월29일, 2월6일, 22일자 보도)에도 불구하고 함구했던 정부가 결국 수평전파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계열주체들의 관리소홀 부분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계열주체들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하고, 정부 지원금 혜택을 축소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국장은 "AI 확산 방지를 위해 가능 중요한 것은 농장과 계열주체들의 자발적인 소독과 방역활동"이라며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한 계열주체들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필요하다면 계열주체를 중심으로 집중돼 있는 양계장과 오리농장을 분리 이주시키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가금류 사육 기반 자체에 큰 변화가 예상되며 판매, 유통체계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까지 전국 273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과 오리 565만3천 마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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