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판매팀 직원이 얘기해 준 웃지 못 할 에피소드 하나.
2000년대 초반 어느 날, 한 고객이 굉장한 거드름을 피우면서 항공권을 예약하러 왔단다. "내가 달마다 해외를 나가는데, 이번에 잘해주면 내 항공권을 당신에게 계속 맡기겠다"면서 말이다.
해외여행이 그다지 활성화 되어 있지 않던 시절, 은근 '귀빈 대접'을 원하던 고객님께 직원은 나름 성심껏 최선을 다해 발권을 해드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객의 출발일에 일어났다. 비행기 이륙시간이 오후 2시인데 1시40분쯤 고객에게서 전화가 왔단다. 아직 탑승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 출국장 직원이 들여보내 주지를 않는다는 것.
사정을 알아보니, 이 고객님 해외여행은 난생 처음이었던 분인데 여행사에서 발권해준 티켓을 꼭 쥐고 기다렸다가 출발시간에 맞추어 출국장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 여행사에서 내준 것은 실제 비행기표와 바꿀 수 있는 티켓교환증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손님의 실수였다.
출국 게이트를 통과하고도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거쳐야 탑승구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출국 게이트만 들어서면 바로 비행기 탑승구가 있는 줄로 알았단다.
결국 그 고객은 약간의 추가요금을 물고, 다행히 그 다음 항공편으로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실물표와 비슷하게 생겨 혼동하기 쉬웠던 종이항공권 시절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여행사에서 발행해주는 종이항공권이 자취를 감춘지도 벌써 5년이 넘어 간다.
전 세계 240개 항공사를 회원으로 가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2008년부터 종이항공권 사용을 공식 금지했고, 우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그보다 1년 전인 2007년부터 종이항공권 대신 전자항공권을 쓰고 있다.
영어로 '이티켓 E-ticket'이라 부르는 전자항공권은 이름 그대로 실물 항공권이 아니다.
여행사와 항공사 간에 온라인 시스템 상으로만 예약 및 발권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고, 고객은 출발 당일 항공 카운터에 가서 여권만 내밀면 실제 탑승권인 '보딩패스'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현재 여행사에 항공권을 예약했을 때, 고객이 받게 되는 전자항공권 양식은 자세히 보면 '발행 확인서'나 '여정 안내서'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확인서가 아직은 발권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먼저, 여행자 입장에서 이 확인서가 없으면 몇 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인지, 편명은 무엇인지, 돌아오는 날 출발시간은 몇 시인지 찾기가 쉽지 않다. 별도로 메모를 해두느니, 그냥 이 확인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
또 현지 공항에서 돌아올 때 카운터 직원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냥 여권과 영문이 병기된 발행확인서를 내면 별다른 질문 없이 항공권을 받을 수 있다.
여행사들은 이 전자항공권 발행 확인서를 거의 고객의 이메일로 보내 주고 있다. 때문에 가끔 '출발이 내일인데 왜 항공권이 도착하지 않느냐'는 문의를 하는 여행자들도 있다.
이메일로 항공권 발행 확인서를 보냈음을 알려드렸는데도, 종이항공권을 기다리신 분들이다. 아직 손에 쥘 수 없는 티켓은 실감이 나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 출국 당일 출력해 둔 이 확인서를 잃어버리고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걱정할 것 없이 그냥 카운터에 이야기하고 여권만 내밀면 된다. 하긴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된 시대라면 다시 메일에 접속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