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는 지난 20일 시군순방차 밀양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송전탑 갈등을 해결하려고 지속적으로 한전과 조정하고 중재노력을 해 왔다"며 "중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홍 지사의 발언에 대해 반대주민측은 "염치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후보시절 "주민 손해 없도록 중재"…당선직후에도 "보상만으론 안돼"
홍 지사는 지난 보궐선거 경선후보 시절 "밀양송전탑은 고압선이 지나가면서, 암도 발생하고 가축도 문제가 되고 한다"며 "지하화(지중화)를 포함해 밀양주민들이 손해가 없도록 중재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직후 밀양시를 초도순방한 자리에서도 "주민들이 염려하고 있는 건강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며 "보상만 운운하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후 반대주민측은 물론, 한전측도 "홍준표 지사, 또는 경상남도로부터 중재제안이 온 적이 없었고, 중재절차가 진행된 적도 없다"고 확인하면서 약속을 저버렸다는 지적을 샀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민주당 김현 의원이 "송전탑 중재약속을 지키지 않은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홍 지사는 "에이, 공약은 했지만 국회에서..."라고 답변해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 반대주민 빠진 '특별지원협의회' 도청 공무원 1명 참석이 중재?
그렇다면 홍 지사는 도대체 어떤 조정과 중재노력을 해 왔다는 것일까?
자료를 요청하자 경상남도는 24일 '도지사의 중재노력'이란 문건을 내 놓았다.
문건에서 도는 시군순방차 밀양시청을 방문한 것과 한전 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찾아와 만난 것을 '중재노력'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9월, 공사재개를 앞두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을 방문했을 때 잠시 만난 것도 '중재노력'으로 표기했다.
심지어, 2013년 7월 25일 엄용수 밀양시장이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며 외부세력은 물러가라고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중재노력'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2013년 10월 8일 홍 지사 본인이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며 "외부세력은 당장 추방돼야 한다"는 호소문을 발표한 것도 '중재노력'에 넣었다.
특히 도는 이 문건에서 '주요성과'로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 구성, 운영'을 내세웠다.
마치 도가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 협의회는 국회 산업통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한전(5명)과 주민(10명)이 주체가 된 협의체로, 경상남도는 공무원 1명이 참석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보상을 통한 공사재개를 전제로 꾸려졌다는 이유로 공사반대 주민들은 참여조차 하지 않고 있는 협의회다.
◈ 반대대책위 "도가 중재한적 없어…염치도 없다"
그럼에도 홍 지사가 "지속적으로 한전과 조정하고 중재노력을 해 왔다"는 발언을 한데 대해 송전탑 반대주민들은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은 25일 "경상남도가 반대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하거나 한전과의 중재의 자리를 만든 것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경상남도가 유일하게 한 것이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에 참여한 것인데,
찬성측 주민과 한전이 만들어 놓은 테이블에, 단지 참여하는 역할 밖에 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국장은 "이를 두고 중재에 나섰다고 하는 것은 정말 염치없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도지사 선거가 다가오면서, 중재약속을 파기한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