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블라위 총리는 이날 수도 카이로에서 15분간 내각 회의를 주재한 뒤 국영 나일TV를 통해 생중계로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상황을 고려해 사퇴를 결정했고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내각 장관들이 지난 6~7개월간 치안, 경제 문제,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고자 전력을 기울였지만 실수는 불가피했다"며 "어떠한 정부도 시민사회의 지지 없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집트 군부의 영향을 받는 내각 사퇴로 이집트 정국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갑작스러운 내각 사퇴는 최근 카이로 지하철 기관사와 직원, 환경미화원, 우체국 종사자, 의사 등 공공 분야 근로자들이 월급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잇달아 벌이는 가운데 나왔다.
또 화력발전소 연료 부족에 따른 잦은 정전, 주방용 가스 부족, 물가 인상, 치안 악화 등으로 이집트 국민의 불만이 고조된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군부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올해 4월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이번 내각 사퇴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의 한 관리는 "이번 내각 사퇴는 엘시시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에 앞서 필요한 단계로서 취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엘시시 장관은 대선에 공식 출마하려면 군에서 먼저 퇴역해야 한다.
이집트 법에 따르면 대선에 정식으로 출마하려면 공직에서 먼저 물러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은 엘베블라위 총리의 내각 사퇴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새 총리에는 이브라힘 마흐라브 주택부 장관이 유력하다고 나일TV는 전했다.
엘베블라위 내각은 지난해 7월3일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나서 같은 달 16일 출범했다.
앞서 이집트 과도정부는 지난해 무르시 정권을 축출하면서 발표한 정치 로드맵을 일부 변경해 대선이 총선보다 먼저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이집트선거관리위원회는 새 헌법이 국민투표를 통과되고 나서 정식 발효된 뒤 30일 이후 90일 이내 대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선은 내달 17일~4월18일 열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