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었던 혈흔과 지문이 결정적인 범인 검거에 힘을 보탰다.
2000년 7월 27일 오후 3시쯤,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오락실 화장실. 게임장 환전담당 종업원인 A씨(39·여) 씨가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A 씨는 온몸을 잔인하게 흉기로 찔렸고, 갖고 있던 현금 등 금품 60만원까지 빼앗겼다.
당시 현장에는 범인 것으로 보이는 피 묻은 지문이 있었지만, 목격자도 CCTV도 없는 상황.
용의자를 특정 못 한 이 사건은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겨져 있었다.
10여 년이 난 지난 2012년 3월, 경찰청 과학수사센터가 당시 살인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을 보완된 지문판독 시스템으로 재검정을 한 결과 뜻밖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 지문 2개가 절도 혐의로 수배를 받은 적 있는 손 씨의 오른손과 왼손의 지문 일부와 일치한 것.
이를 토대로 수사당국은 끈질긴 추적에 나섰지만, 손 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맞섰다.
무려 4번이나 법원에서 손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목격자를 찾느라 애로가 있었지만 결국 과학수사가 손 씨의 덜미를 잡았다.
부산지법 형사합의7부(노갑식 부장판사)는 부산 동래구에 있는 오락실에서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기소된 손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 혈흔 지문과 피고인 지문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고 당시 피고인의 바지가 물에 젖은 것을 봤다는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하면 유죄가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12년간 자신의 범행을 은밀하게 숨긴 채 죄의식 없이 태연하게 생활해왔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의 여지가 없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지검은 범인이 끝까지 유족과 합의를 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으로 고려하면 무기징역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