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정권교체와 함께 출범한 토니 애벗 정부는 선박을 타고 호주로 밀려들어오는 난민 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주변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상 난민을 일절 호주 땅에 들이지 않겠다는 강경 난민정책을 밀어붙였다.
애벗 총리는 2007년 케빈 러드가 이끄는 노동당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폐쇄했던 파푸아뉴기니와 나우루공화국의 역외 난민수용소를 다시 활성화시키면서 호주로 오는 해상 난민을 역외 난민수용소로 강제 이송했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난민인권단체에 의해 이들 난민수용소의 비인도적 처우와 열악한 시설, 수용자들에 대한 가혹행위 등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호주의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16∼17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 수용소에서 열악한 처우와 가혹행위에 항의하는 대규모 폭동이 발생, 이란 난민 1명이 숨지고 77명이 부상하면서 호주 정부의 비인도적 난민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장 자국 난민이 사망한 이란은 테헤란 주재 호주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와 함께 난민정책을 바꿀 것을 호주 정부에 요구했고, 호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정부도 호주 난민정책 비판에 가세했다.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호주 간 정례 인권대화 자리에서 마누스 섬 폭동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호주의 인권문제를 정면 거론했다.
리 부부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박을 타고 호주에 도착하는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이에 대한 호주 정부의 처우와 관련해 호주 측에 솔직하고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호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국가 인도네시아 역시 강경 난민정책을 기치로 내건 애벗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줄곧 호주의 난민정책을 비판해왔다.
국제사회의 이 같은 비판은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비상임 이사국이자 유엔에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주도하고 있기도 한 호주의 위상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COI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다름 아닌 호주 대법관 출신이다.
국제사회나 호주 언론의 난민정책 비판에 대한 애벗 총리와 스콧 모리슨 이민부 장관의 태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모리슨 장관은 호주 국영 ABC방송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이 마누스 섬 수용소 폭동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역 주민과 현지 경찰의 가혹행위가 폭동의 원인이란 점을 지적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해 구설에 올랐다.
모리슨 장관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사망한 이란 난민이 수용소 안이 아니라 밖에서 숨진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난 22일 저녁이 돼서야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뒤늦게 시인해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사망한 난민이 숨진 장소가 어디였는지는 수용소의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호주 정부와 경비 용역업체의 책임 문제와 직결될 수 있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모리슨 장관은 폭동 사건과 관련한 초기 기자회견에서 "수용자가 수용소 안에 머물고 있는 한 나는 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모리슨 장관이 마누스 섬 수용소 폭동 사건에 대해 거짓 발표를 했단 사실이 들통나자 크리스틴 밀른 녹색당 대표는 애벗 총리에게 그를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애벗 총리는 "모리슨 장관은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호주 국민들은 겁쟁이가 국경 수호를 책임지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며 모리슨처럼 강하고 제대로 된 인물이 그 임무를 수행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그를 두둔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편 호주 언론은 애벗 정부가 폭동 사건이 발생한 마누스 섬 수용소에 대한 대안으로 호주로 오는 해상 난민을 캄보디아로 보내는 방안을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24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