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의 최대 일간지인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SJMN)는 23일(현지시간) '컴캐스트와 타임 워너(케이블)간 합병에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이번 합병으로 소비자 피해와 경쟁 여건 저해가 우려된다며 미국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불승인 조치를 내리도록 강력히 촉구했다.
이 일간지는 "컴캐스트는 케이블 업계 소비자 서비스 조사에서 꼴찌이고 타임 워너는 꼴찌에서 둘째"라며 "깡패 같은 짓을 하는 두 케이블 업체의 합병이 소비자들에게 최선이라는 컴캐스트의 주장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소비자들이 인터넷 접속과 케이블 서비스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아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며, 이 중 많은 부분이 컴캐스트와 타임 워너가 미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탓이라고 주장했다.
컴캐스트와 타임 워너 케이블의 가입자 수는 각각 2천300만 가구, 1천100만 가구로, 만약 양사가 합병하면 미국 인터넷 접속 서비스 시장의 40%, 케이블 시장의 30%를 장악하게 된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의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의 유력 일간지 '시애틀 타임스'가 '컴캐스트-타임 워너 합병은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시애틀 타임스는 "만약 FCC가 미국인들의 장기적 이익을 대변하고 싶다면, 이 대형 기업들(컴캐스트와 타임 워너 케이블)을 '정보 서비스 업체'가 아니라 '통신업체'로 재분류해야 할 것"이며 FCC가 이번 합병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8일 '네이션'지 발행인 겸 편집인인 카트리나 반 덴 호이벨이 쓴 온라인 기명 칼럼을 통해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면서 컴캐스트가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펴 왔음을 지적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USA 투데이 등도 최근 사설을 통해 컴캐스트와 타임 워너 케이블간의 합병에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기업 인수합병에 대해 이처럼 많은 유력 언론사들이 사설로 공식적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사업 성격상 '지역 독점' 성격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는 케이블 TV나 통신 업계에서 인위적 인수합병을 통해 대규모 독점 사업자가 출현하도록 허용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는 원론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또 통신업체들에 비해 훨씬 규제를 덜 받는 케이블 업체들의 요금과 서비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도 부정적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프로그램 편성권 독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케이블 업계 1위인 컴캐스트는 2011년 NBC 유니버설을 인수합병해 NBC, CNBC, MSNBC, E!, 훌루 등의 편성권을 확보했는데, 만약 타임워너까지 인수하면 CNN, HBO 등의 편성권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컴캐스트의 로비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결국은 법무부와 FCC 등 규제 당국이 이번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컴캐스트가 워싱턴에서 로비 자금으로 쓴 돈은 지난해 한 해 동안만 따져도 자그마치 1천800만 달러(193억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