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학교가 올해 신임 교수 수십여 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사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기대의 경우 교수초빙기본계획에 이사장은 교수 임용 과정에 개입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이사장이 계획에도 없던 면접을 별도로 실시하는 등 교수 초빙 과정에 결정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23일 경기대 등에 따르면 학교측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22명에 대한 신임 교수 초빙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법학, 행정, 영문, 관광경영학과 등 4개 과의 경우 1순위자가 탈락하고, 2~3순위자가 임용되면서 화근이 되고 있다.
경기대 교수초빙기본계획에는 서류심사(6배수 압축), 기초·전공심사(4배수 압축), 공개강의심사(3배수 압축),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1명을 선정하면,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인 이사회에 제청하도록 돼 있다.
특히 면접의 경우 심사위원으로 총장, 부총장, 해당 대학(원)장, 교무처장, 연구처장, 총장추천 2인으로 정하고 있을 뿐 이사장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박승철 이사장은 이번 임용과정에서 예정에도 없던 면접을 면접심사 당일 응시자들에게 고지·실시하는가 하면, 심사 점수에 반영해 순위를 뒤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지난달 27, 28일 두 번에 걸쳐 열린 교원인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박 이사장이 개입한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27일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11명의 위원 중 6명의 위원이 4개 과의 순위가 뒤바뀐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A 위원은 "교수초빙기본계획에 이사장의 면접평가가 포함돼 있지 않은데 심사결과에 관계없이 이사장과 총장이 협의한 지시사항의 반영이 절차상 문제가 없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B 위원은 이사장과 총장의 인사권을 반영해 2위 혹은 3위를 추천할 경우 문제가 안되는지 따졌으며, C 위원은 1순위자가 법적인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사장과 총장의 지시사항만으로 대응이 가능한지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광호 교무처장(인사위원장)은 "교수초빙계획에 따라 사정된 결과에 관계없이 이사장 면접평가표에서 B+ 이상을 선발하기로 했다"며 "1순위자를 1배수로 추천해야 한다는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은 이상 인사권자로서 고려가 필요하다"며 학교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날 인사위원회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해산했으며. 다음날인 28일 다시 열렸지만 학교측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결국 인사위원들은 '2위 혹은 3위자가 추천된 4개 분야에 대해 문제의 소지를 고려, 최종 면접 1순위자를 추천하거나 선발하지 않는 방향으로 고려해 줄 것'을 단서조항으로 달고 학교측 입장을 수용했다.
하지만 인사위원들의 의견은 이사회에서 반영되지 않은 채 학교측 안대로 가결됐다.
이 교무처장은 "이사장이 장기적으로 학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교원을 선택한 것"이라며 "사립학교의 최종 인사권은 이사장에 있는 만큼 이사장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지원자 D 씨는 "공개 채용이 이사장 입맛대로 된다면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며 "학교측은 순위가 뒤바뀐데 대해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