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랑과 평화 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싶다.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피겨 여왕'이 스케이트를 신고 전세계 팬들에게 전한 마지막 메시지다.
김연아는 23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개최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2부 다섯 번째 순서로 등장, 에이브릴 라빈이 부른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에 맞춰 '피겨 여왕'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존 레넌은 비틀즈 출신의 세계적인 팝 가수로 한 평생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이매진'은 '피겨 여왕'이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전세계를 향해 보내는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다.
하늘색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빙판 위에 등장한 김연아는 '이매진'의 우아한 선율에 맞춰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였다. '세상은 하나가 될 거에요'라는 가사가 흘러나올 때에는 두 팔을 크게 벌리는 안무로 임팩트를 줬다.
은반 위는 그동안 김연아를 돋보이게 했던 장소. 동시에 김연아에게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 됐던 고독한 장소이기도 했다. 마지막 갈라쇼 무대가 펼쳐진 은반에서는 더 이상 치열한 경쟁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끝나서 홀가분하다"는 김연아의 말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은 '피겨 여왕'의 마지막 연기에서는 행복 만이 느껴졌다.
마치 오랜 기간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지내다 '렛잇고(Let it go)'라는 노래를 부르며 세상 밖으로 나와 결국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를 보는듯 했다.
그 어떠한 점프 기술도, 예술성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김연아는 자신이 '상상'하는 세상을 은반 위에 펼쳐놓았다. 여유와 행복, 사랑 그리고 평화, '이매진'의 선율과 가사와 잘 어우러진 한편의 뮤지컬이었다. '피겨 여왕'은 마지막 순간까지 경이롭고 신비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