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관록의 남 의원 본인도 고민이 깊다고 말한다.
남 의원은 지난 12일 "차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경기도지사 문제에 대해선 (불출마라는) 기존의 생각과 변한 게 없다"고 당 지도부의 요청을 거듭 뿌리쳤다.
새누리당도 남 의원에 대한 구애 요청을 당분간 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당 차원의 그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초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남 의원이 민주당의 어떤 후보와 경쟁해도 이기는 걸로 나오자, 차출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는 직접적 압박을 가하기보단, 남 의원 스스로 결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속내다.
여당 한 고위 관계자는 "남 의원이 당의 고충을 헤아려 살신성인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으니 시간을 주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의원이 당원들의 요구를 뿌리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시간을 끄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4월쯤 되면 남경필 의원이 '당심' 앞에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경기지사 후보들을 그리 마뜩해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카드를 찾지 않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종의 은근한 압박작전을 펴면서 동시에 고도의 '남경필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지도부의 이런 압박 작전과 줄다리기 중인 남 의원은 "참으로 답답하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 20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말이지 원내대표를 멋지게 하고 싶은데 자꾸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라며 "당이 다른 후보를 찾거나 이미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원유철 의원을 띄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도 얼마나 훌륭하느냐", "아직 김문수 지사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늘어놨다.
실제로 최근 김문수 지사를 만나 "이번 선거에 다시 출마하면 야당의 원혜영, 김진표 의원이나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더라도 당선될 텐데 왜 나에게 공을 떠넘기느냐고 푸념했다"는 것.
남 의원의 현재 고민이 경기도지사 출마 여부가 아니라, 자신의 출마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당 안팎의 분위기임은 분명해보인다.
경기도의 한 의원은 "남 의원이 좋든 싫든 경기도민들은 남경필 의원의 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 의원도 이런 당심을 모르지 않는다. "그게 참으로 부담된다"는 것이다.
도지사 후보 차출설이 나오면서부터 지역구인 수원에 내려가기도 힘들다는 그는 "만나는 주민들의 80% 이상이 '출마하면 적극 돕겠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반면 원내대표에 출마해 꼭 성공하라는 격려의 말은 한마디도 없어, 그의 '답답함'은 커져만가고 있다.
당초 경기도지사 출마설의 싹을 자르고자 불출마 선언을 고심했던 것도 이때문이다. 동료 의원들과 주변에서 "그런 선언만은 하지 말라"고 뜯어말렸음은 물론이다.
이러다 결국 도지사 출마 쪽으로 '등 떠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아보인다.
'남 의원은 마음이 선해 당과 주민, 도민들이 끝까지 밀면 단호하게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땐 어떻게 할래요?' 라고 질문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민심에 굴복이라, 굴복이라, 참~내"라는 말만 되뇌었다.
특히 김상곤 교육감이 출마를 선언하고, 다른 새누리당 후보군이 그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남 의원은 '막다른 골목'에 몰릴 개연성이 더욱 높아진다.
새누리당 한 핵심관계자는 "결국엔 남경필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