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위인사 이례적 한반도 '순회' 일정…왜?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 확립한 듯"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 (방송 캡처)
중국 고위 인사가 이례적으로 방북 뒤 곧바로 한국을 찾으면서,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진전된 안'을 들고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높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이 중국이 장성택 처형 이후 위축된 북한을 달래는 과정에서 한국 측의 양해를 구하고, 추가 대북 압박에 반대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과 이경수 차관보의 회담과 관련해 "류 부부장의 방북결과를 포함해,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지역 정세, 양국정상 상호방문 등을 포함한 한중관계 전반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류 부부장이 시차를 두지 않고 방북 뒤 곧바로 방한하면서,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메시지'를 들고 올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 당국자는 "북측은 비핵화가 김정일의 유훈이고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다는 뜻을 류 부부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설명은 기존 북한 입장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류 부부장이 전례 없는 일정을 꾸린 이유는 무엇일까. 외교부는 "그만큼 중국이 비핵화 아젠다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외교 소식통을 통해 들리는 얘기는 결이 조금 다르다.

중국은 최근 장성택 처형 이후 국제사회의 고립이 심화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북중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자꾸 새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류 부부장의 방북도 중단됐던 북중 연례 회담이 재개된 측면이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고자 한다"며 "중국도 우리처럼 장성택 처형에 충격을 받았고 비핵화 필요성을 북한에 강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불안해질 때까지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부장은 현재 북한 상황에 대해서도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를 확립한 듯 기본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같은 설명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흡수통일론 등 불필요한 오해를 자극하거나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시도에 우려를 표했을 가능성이 있다.

류 부부장은 또 북측이 남북관계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고 전달하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을 들어 "전개되는 상황이 긴장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남북 각측이 잘 활용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결과적으로 류 부부장의 이례적인 한반도 '순회' 일정이 당장 6자회담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최근 남북 고위급접촉 등에서 관계 개선의 신호가 읽히지만 비핵화 회담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큰 틀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한국의 입장과,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요구하는 중국의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면서 "상반기에도 한중 고위 접촉을 통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차례로 만난 뒤 22일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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