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한류는 정말 위기일까

빅뱅·소녀시대·동방신기 인기 높아…욘사마도 여전히 팬층 두터워

빅뱅, 소녀시대, 동방신기 (YG, SM 제공)
"한류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아이돌그룹 틴탑이 지난 5일 나고야를 시작으로 8~9일 요코하마, 13일 오사카, 18일 후쿠오카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총 5만 명의 현지 팬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며 데뷔 5년 차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한류의 열기가 식었다는 우려 속에서도 틴탑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줬다.


기자는 최근 아이돌그룹 틴탑의 일본 아레나 투어 콘서트 취재를 위해 후쿠오카 현지로 출장을 다녀왔다. 투어의 마지막 공연장인 후쿠오카 국제센터는 틴탑을 보기 위해 만여 명이 넘는 현지 팬들이 모였다. 한류 아이돌의 위상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에 자리한 40대 아주머니도, 20대 청년도, 10대 소녀들과 다를 바 없이 한 손에는 틴탑을 상징하는 흰색의 야광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기자는 이튿날, '공연장을 벗어나도 한류는 뜨거울까?'라는 의문을 품은 체 숙소에서 도보로 약 10분가량 떨어진 후쿠오카 중심지 텐진(天神)역 부근으로 향했다. 도시의 중심부이다 보니 도로는 번잡했고, 사람들은 바쁘게 걷고 있었다.

그동안 일본의 수도 도쿄나 제2의 도시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는 K팝을 대표하는 가수들의 사진이나 노래를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설마 후쿠오카까지…'라고 의심을 품고 텐진역에서도 가장 높고 화려한 건물을 찾았다.

일본 쇼핑몰에는 국내와 다르게 레코드숍들이 즐비했다. 물론 K팝 코너도 따로 있었다.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아이돌그룹의 포스터가 가득했다. 그렇지만 예상 외로 매장은 한산했다. 약 10분간 레코드숍에 머물렀지만, K팝 앨범을 손에 든 사람은 전무했다.

허탈했지만, '한류가 죽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그날은 평일 오후였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있을 시간이다. 어찌 보면 레코드숍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은 당연하다.

레코드숍에서 나와 텐진역 주변을 둘러보자 많지는 않지만, K팝 스타들이 그려진 크고 작은 옥외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연 날짜와 시간, 그리고 앨범 발매일 등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었다. 관심을 보이고 사진을 찍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성황리에 투어 공연을 마친 아이돌그룹 틴탑 (티오피미디어 제공)
이에 앞서 틴탑 공연 당일에도 콘서트장 부근 하카타(博多)역을 둘러봤다. 길거리를 지나는 현지인들을 붙잡고 무작정 물었다. "한국 스타 중에 누구를 좋아합니까?"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욘사마. 배용준." 그들은 이어 장동건, 이병헌, 권상우, 원빈, 소지섭 등 대부분 이전부터 왕성하게 활동한 한류 배우들을 꼽았다.

그런데 좀 더 젊은 사람들의 대답은 사뭇 달랐다. "비꾸방, 쇼죠시다이, 토호신키." 일본어에 서투른 기자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을 검색했다. '비꾸방'은 빅뱅, '쇼죠시다이'는 소녀시대, '토호신키'는 동방신기였다. 욘사마뿐만 아니라 어린 남녀 아이돌그룹이 현지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의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틴탑의 공연장을 찾았던 20대 마이타 씨는 "연습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일본 그룹과는 다르게 댄스에서 힘이 느껴지고 지치지 않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일본 아이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꼽았다.

아베 신조 총리 당선 후 일본이 우경화 정책을 펼치면서 한류가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다. 2~3년 전과 비교해 열기가 사그라진 것도 맞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한류가 수명을 다하지는 않았다는 것. 한류를 사랑하는 팬들이 일본 곳곳에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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