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 줄 수 있겠니?" 부산외대 희생자 합동영결식

21일 부산외대서 유가족과 교직원 등 2천여명 모인 가운데 엄수

21일 부산외대 체육관에서 합동 영결식이 열렸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용서해 줄 수 있겠니? 잘 가거라 내 아들딸들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숨진 부산외대 학생들의 합동영결식이 21일 오전 부산외대 체육관에서 엄수됐다. 유가족과 교직원, 선·후배들은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청춘들을 눈물로 떠나 보냈다.

캠퍼스에는 꽃이 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희생자들은 차가운 눈에 갇힌 채 봉우리를 틔우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날 오전 10시 합동 영결식이 열린 부산외대 남산동캠퍼스 체육관 곳곳에는 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 서린 흐느낌이 가득 찼다.

빈소가 마련된 병원에서 곧장 영결식장으로 온 유가족들은 체육관 앞에 자리한 자녀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또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하수권 교학처장의 경과보고로 시작된 이날 영결식에서 하 처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사망 인원을 보고하자 곳곳에서 울음 섞인 탄식이 터져나왔다.


정해린 총장은 흐느끼면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알기에는 너무도 어린 나이에 저세상 사람이 돼버렸다"며 "여러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영결사를 낭독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신입생 환영회 버스에 올랐던 동기와 선후배, 제자를 먼저보낸 스승은 곁에 서 있는 이들을 부여잡고 끝 모를 눈물을 흘렸다.

후배를 구하다 목숨을 잃은 양성호 (25·부산외대 미얀마어과)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유학공부를 하던 미얀마에서 급히 귀국한 친구 조정호(25· 미얀마어과) 씨는 "아직 세상의 빛을 받지 못한 사랑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린다"며 "부르면 옆에서 대답해주고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은 친구가 곁을 떠났다"고 눈물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단 한번도 제대로 가르쳐보지 못한 제자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스승들은 아들딸을 떠나 보낸 것 같은 슬픔을 내뱉었다.

참변을 당한 아시아대학 학장 황귀연 교수는 "진눈깨비 몰아치던 그 춥고 캄캄한 밤, 꽃봉오리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하늘나라로 갔다"며 "제발 내일 저녁은 우리집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고 '엄마 아빠 다녀왔어요'라고 말해달라"고 오열했다.

허망하게 떠나버린 자녀의 손을 차마 놓지못했던 유가족들은 눈앞에 놓여있는 자녀의 영정사진을 지켜보며 한없이 솟아나는 눈물을 쏟았다.

딸아이의 시신이 누워있는 영안실 앞에서도 몇 번이고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고 김진솔 (20·여·태국어과)양의 아버지 김판수(53) 씨는 "엄마,아빠를 용서해달라"는 말과 함께 힘겹게 딸을 먼 곳으로 떠나보냈다.

"얼마나 춥니,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으러가자"고 딸의 이름을 부른 김 씨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엄마아빠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라고 멀리 있는 딸에게 물었다.

김 씨는 이어 "오늘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너희들을 사랑하기 위해 모였다"며 "못난 아빠도 모두를 용서 할테니, 너도 엄마아빠를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정해린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학생 등 2천여 명이 참석해 꽃다운 나이에 떠나간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유가족들과 각계 인사들의 헌화로 마무리 됐으며, 숨진 학생들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는 그들이 꿈꿨을 캠퍼스를 천천히 돌아본 뒤 예정된 장지로 향했다.

대학 측은 이날 영결식에서 숨진 학생들 전원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으며,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교내에 추모비를 건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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