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승부,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대망의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피겨 여왕'의 여유와 위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김연아(24)는 21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개최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합산 219.11점을 기록, 프리에서 무려 149.95점을 받아 총점 224.59점을 기록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현역 은퇴 경기가 올림픽 무대에서 열렸다.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왜 아쉽지 않을까. 하지만 김연아는 담담했고 당당했다.
김연아는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홈 텃세, 편파 판정, 경기의 변수들에 대해서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만 주목했고 또 이겨냈다.
김연아는 "쇼트와 프리 모두 큰 실수없이 마쳐서 내가 준비하고 고생한만큼 다 보여드렸으니까 끝나서 너무나 행복합니다"라며 웃었다.
이어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표정이 묘했고 점수에 만족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결과에 만족 안하면 어떡하죠?"라며 크게 웃더니 "만족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점수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 안했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답했다.
1위로 마친 쇼트프로그램 점수와 비교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연아는 "롱(프리)이 몇점 나왔죠? 많이 나왔네"라며 여유있게 웃었다.
이어 김연아는 "글쎄, 점수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서, 내가 이 정도 하면 몇점대 나오겠다 그런 생각을 안 하거든요. 신기록도 잘 모르고, 점수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쓰지 않았어요. 이미 끝났다는 생각 뿐이었어요"라고 말했다.
편파 판정 의혹을 받고있는 심판진에 대해서는 "언급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번 대회는 출전하는 데 의미가 있었고 마지막 은퇴 경기였기 때문에 실수없이 연기한 것에 만족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연아의 위대한 도전은 모두 막을 내렸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은 주위의 몫일 뿐, 김연아는 그로부터 자유롭다.
힘겨운 과정의 연속이었다. 김연아는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세계신기록과 함께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피겨 여왕으로 거듭 났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다.
김연아는 "가장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밴쿠버와 달리 딱히 정해놓은 목표가 없었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밴쿠버는 금메달 아니면 진짜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선수로서 가장 큰 묵표를 이룬 다음에는 간절함이 덜 했고 훈련할 때 동기부여가 안된 부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