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수사로는 최대 규모의 인원을 재판에 넘긴 검찰의 수사력이 빛을 발했지만, 권력의 중심으로 갈수록 수사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국민이 보지 못했던 담장 너머에서 이뤄진 그들만의 비리잔치. 지난해 5월 불량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금씩 엿보이기 시작한 비리사슬은 특별수사단을 꾸리고 본격화한 검찰수사로 실체를 드러냈다.
현재까지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이 재판에 넘긴 피고인만 126명에 달하고, 전국 7개 검찰청에서 기소한 것까지 합하면 200명에 육박한다. 단일 수사로는 최대 규모의 사법처리 인원이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 대한 법의 심판은 엄중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선고된 피고인 74명 전원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건의 실마리가 된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의 주범 JS전선 엄모(52) 고문에게 징역 12년 형이 내려졌고, 시험업체인 세한티이피와 검증기관인 한국전력기술 , 발주기관인 한수원 관계자들도 줄줄이 중형이 선고됐다.
납품 편의 대가로 현대중공업 측으로부터 17억 원을 받아챙긴 한수원 송모(49) 부장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고, 현대중공업 임직원 4명도 실형을 선고 받는 등 원전당국과 대기업의 검은 뒷거래도 심판을 받았다.
이른바 영포라인 출신 오희택(56)씨 와 국가정보원장 비서실장 출신 윤영(58) 씨, 여당 고위당직자 출신 이윤영(52) 씨 등 업체와 원전당국, 정치권을 오가며 비리 고리 역할을 했던 원전브로커들도 죗값을 치러야 했다.
무엇보다 40여 년 국내 원전산업과 궤를 같이하며 원전의 산증인으로 불리던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 받는 등 원전관련 공기관 고위직들도 법의 심판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권 실세 깊숙이 침투한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확산할 것으로 보였던 이번 수사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1심 재판은 끝났지만 앞으로 2차 항소심이 줄줄이 예정돼 있고, 검찰도 한수원에서 수사의뢰를 했거나 수사과정 중 인지한 추가 혐의를 계속 밝히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원전비리 수사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좀 더 두고 볼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