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 징역 7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증거불충분' 이유로 주요혐의 무죄

원전 관련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종신(68)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원전 브로커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영준(54)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20일 원전업체로부터 납품 편의 청탁과 함께 억 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2억 1천만 원, 추징금 1억 7천만 원을 선고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원전수처리업체인 한국정수공업 이모(76) 당시 회장으로부터 납품계약 체결 등에 대한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모두 5차례에 걸쳐 1억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한수원 부장급 간부의 인사청탁과 함께 H사 송모(53) 당시 대표로부터 4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9천 명에 이르는 한수원 직원들을 이끄는 수장으로 있으면서 누구보다 청렴성이 강조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 차관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지난 1972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이후 40여 년 동안 국내 신재생 에너지와 원전산업 등에 공을 세운 원전산업의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원전 납품 비리와 가동중단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러 원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금품수수나 대가성을 부인하는 한편 금품 수수후 공기업 인사에도 영향을 준 정황이 있어 엄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사장과 함께 원전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날 함께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전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7백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박 전 차관에게 징역 6월에 벌금 천 4백만 원, 추징금 7백만 원을 선고했다.

박 전 차관은 지난 2010년 10월과 2011년 4월 자신의 집무실 등에서 김 전 사장에게 한수원의 입장을 고려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각각 2백만 원과 5백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 전 차관이 여당 고위당직자 출신 브로커 이윤영(52) 씨로부터 한국정수공업의 원전 설비 계약 청탁과 관련해 5천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품이 건네졌다고 하는 날은 피고인이 청와대에서 열린 조셉 카빌라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 국빈만찬에 참석한 날인데, 정확한 약속시간을 정하지 않고 1시간 30분 가량 무작정 기다렸다는 이 씨의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씨가 박 전 차관을 만난 뒤에도 박 전 차관으로부터 카빌라 대통령을 영접한 것과 국빈만찬에 참석한 것에 대해 듣지 못했다는 것은 평소 원전수출을 자신의 업적을 알리기 좋아하는 피고인의 성향상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사람들의 눈이 많은 호텔 로비 입구에서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나 오희택씨로부터 받은 3억 원 중 2억 5천만 원을 자신의 채무변제에 사용한 정황 등을 미뤄볼 때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씨도 박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넨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른바 '영포라인' 출신 브로커 오희택씨로부터 로비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2년과 추징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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