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만 숨진게 아닌데…故 최정운씨의 외로운 빈소

행사 영상 찍다 참변, 이벤트 회사 직원 최 씨의 안타까운 사연 뒤늦게 회자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현장 (송은석 기자)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숨진 희생자 10명 가운데 부산외대 학생이 아닌 유일한 외부인인 고(故) 최정운(43)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서야 주목받고 있다.

19일 경주 중앙병원에 차려졌던 최 씨의 빈소가 부산 수영구 좋은강안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사고 당일 이벤트 회사 직원 신분으로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영상을 촬영하던 도중 변을 당한 최 씨는 지난 18일 경주 중앙병원에 시신이 안치되며 빈소를 차렸으나 찾아오는 조문객이 거의 없었고, 경주체육관 합동분향소에는 영정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과 오랜기간 연락이 뜸했던 데다 2년 전 결혼한 베트남인 아내도 사고 당시 오빠 결혼식 참석차 고향에 가 있던 까닭에 최 씨의 빈소를 지킬 이 하나 제대로 없었다.

최 씨의 외로운 죽음을 안타까워하던 대학 동문들(경성대 연극영화과 동문회)이 최 씨 아내의 귀국과 함께 빈소를 부산으로 옮기면서 뒤늦게 조문의 발길은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영정은 각계의 조문이 잇따르는 부산외대 합동장례식장 한켠에도 자리하지 못하는 처지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와 연극배우 겸 연출자로 활동해온 최 씨는 작품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고 수습의 모든 초점이 숨진 학생들에게만 집중된 탓에 최 씨는 보상 문제에서 마저 소외됐다는 소식이다.

코오롱 그룹 측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40년간 임금과 별도의 위로금을 보상비로 제시한 반면, 최 씨에게는 위로금 지급 의사만을 밝히는 등 차별적인 보상기준을 제시했으며, 이 때문에 발인 날짜와 장지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장례는 추후 보상문제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학 동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지만, 굴곡 많았던 그의 인생사는 치열하게 지켜간 연극무대가 쓸쓸히 막을 내린 것 처럼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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