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남편의 사고 소식이 믿지기 않는 아내 박여진 사모. 서울 봉천동 김진규 목사 자택에서 만난 박여진 사모는 여행지에서 보내온 남편의 마지막 영상을 보면서 곧 집으로 돌아올 것 같다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은 없지만 남편의 빈자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박여진 사모.
" 우리 딸 아이 이쁘게 크는 모습도 못보고, 우리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가 없어지고, 항상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준 자상한 남편이 이 땅 가운데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픈 거죠."
네 살 난 어린 딸아이에게는 아빠의 죽음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다. "아이가 '아빠 언제 오냐'고 물어볼 때마다 '아빠가 공부하는데서 사고가 나서 나중에 봐야 할 것 같아'라고 하면 '난 아빠 사고난 데 가서 아빠랑 같이 같래' 이렇게 얘기해요. 나중에 천국가서 보자는 말인데... "
아버지 김윤기 집사는 "내가 너무 자랑을 많이 했나보다"면서 "하나님이 너무 자랑을 많이 한다고 빨리 데려가신 것 같아 제가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올해로 서른 여섯 살의 김진규 목사는 준비된 예비선교사였다. 아내와 함께 양계기술과 태양열발전 설치기술을 배우는 등 선교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지난 해 말로 3년의 교회 부교역자 사역을 마치고, 다음 달 부터는 본격적인 선교훈련도 계획했다.
박여진 사모는 "남편과 저는 무슬림에 대한 선교적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면서 "'우리 어려워도 쉬운 나라 가지 말자, 하나님이 정말 필요로 하는 나라로 가서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 하자' 이렇게 서로 항상 기도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사건에서 피해 규모를 줄인데는 김진규 목사의 역할도 컷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현장 수습을 위해 지난 18일 새벽 이집트에 들어간 유족들은 김 목사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다고 전해왔다.
버스로 뛰어드는 테러범을 현지 가이드였던 제진수 집사와 김진규 목사가 함께 몸으로 막아서면서 시신훼손이 컸던 것.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라는 말에 가족들은 놀라기도 했지만, 평소 주위사람을 잘 챙겼던 김 목사가 마지막 가는 길에서까지 동행했던 이들을 섬겼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아직 어린 아이와 덩그라니 남겨진 탓에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있을 법도 한데, 박여진 사모는 오히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또 다른 계획을 믿는다는 담대함을 보였다.
"저는 남편이 흘린 그 피가 결코 헛되지 않게, 이집트에서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헌신하고 그 나라를 위해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직접 가서 복음을 전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남편의 죽음이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그녀에게 새로운 힘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