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통령의 지시가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관료사회의 경직성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일선 공무원의 소관 사항일 수 있는 업무를 꼼꼼하게 지시하고, 수석비서관과 장관들은 받아 적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대통령이 말을 해야 움직이는 조직은 정상적인 관료조직이 아니다. 또한 대통령 역시 미세한 사안까지 꼼꼼하게 발언하는 것이 관료조직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축시키고 복지부동하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당청관계에서의 청와대의 일방적 우위가 지적되고 있는 마당에 공직사회에까지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이 계속되는 것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될 우려가 크다. 청와대에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국정운영 스타일은 대선 공약이었던 책임장관의 구현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과 장관, 비서관들의 토론을 바탕으로 특정 현안의 거시적 흐름이나 방향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나감으로써 진정한 소통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 게다가 민감한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이 가이드 라인처럼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여당이나 각 부처의 정책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대통령제의 견제와 균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권 내부에서부터 부처별 자율성과 책임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이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정치적 부담이 지워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최창렬 CBS 객원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