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자들이 집결하는 속초 한화콘도에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부터 도착하기 시작해 오후 3시 5분쯤 상봉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이 모두 등록을 마쳤다.
당초 이번 상봉자는 83명이었지만, 남측 상봉 대상자 1명이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해 82명으로 줄었다.
고령자들은 차에서 내려 등록 장소인 콘도 로비까지 휠체어로 이동하거나 일부 건강이 좋지 않은 상봉자들은 이동용 간이 침대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날 등록을 마친 상봉자들은 콘도 입구 미리 대기해 있던 한적 소속 의사 5명, 간호사 5명, 의료진 10여명으로부터 혈압 등 건강상태를 일일이 체크했다.
상봉자들은 검진한 의료진은 "건강상태는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대부분 혈압이 높다"며 "금강산 지역이 날씨가 추운데 이럴 경우 뇌졸중과 뇌출혈 등의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상봉자들에게 될 수 있는 대로 정장차림으로 오라고 공지했지만, 대부분 운동화에 모자, 점퍼 등 편안한 차림으로 온 상봉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1차 이산가족 상봉단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김섬경(91) 할아버지는 감기증세로 수액을 매달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집결지인 속초 한화콘도에 들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18일 하루 일찍 속초에 도착한 김 할아버지는 감기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강산에 가서 아들 김진천(66) 씨와 딸 춘순(67)을 만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들인 고정삼 씨는 "김 할머니가 건강에 문제가 없으며, 지금도 휴대전화(플립)를 사용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북한의 손자를 만나는 백관수(90) 할아버지는 이날 등록 시간을 3시간 30분이나 앞둔 오전 10시 30분쯤 제일 먼저 도착했다.
인천에 사는 백씨는 이른 새벽 일어나 오전 8시에 택시를 대절해 집을 나서 도중에 서울에 들러 딸 백운경(47) 씨를 태우고 속초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백 할아버지는 "큰 가방 3개에 손자에게 선물할 내복과 의약품, 화장품 등을 준비해 왔다"며 "서른 살인 손자가 좋아할 것 같은 초코파이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백 할아버지는 당초 아들과의 상봉을 신청했지만 아들이 숨진 것으로 확인돼 손자를 만나게 됐다.
집이 서울 신내동인 박 할아버지는 아내와 함께 아들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속초까지 왔다.
박 할아버지는 "최근 집에서 쓰러져 20여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뒤 2∼3일 전에 퇴원했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온 박 씨는 "못 볼 줄만 알았던 조카들을 보고픈 마음에 몸이 불편해도 여기까지 왔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부천에 사는 김명복(66) 씨는 이번에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을 갖고 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김 씨는 이번에 황해도 옹진 출생인 누나 김명자(68) 씨와 고모 김창숙(77) 4촌 리순녀 씨를 만나 유언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유언장은 김 씨의 아버지가 10년 전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 2장을 남겨 한장은 딸 찾으라는 내용과 또 한장은 황해도에 남겨둔 부동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언장에는 또 누나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등의 이름과 생년 월일 등도 함께 깨알같이 기록돼 있었다.
김 씨는 "아버지가 큰딸을 북한에 남겨놓고 온 데 대해 평생 한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봉대상자 집결지인 속초 한화콘도는 내외신 취재진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보였다.
방송사(MBC, KBS, SBS) 등은 주차장에 큰 규모의 뉴스부스를 설치해 현장 뉴스를 준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