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유가족 "답사만 잘 했어도 취소됐을 OT"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판수(故 김진솔 양 아버지)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어제 저희가 전문가 인터뷰도 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이번 사고는 어처구니없는 인재였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죠. 이번 사고로 딸, 아들 떠나보낸 유족들은 지금 심정이 어떨까요. 하고 싶은 말씀이 많다고 합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오늘 희생자 10명 중에 1명 고 김진솔 양의 아버지 김판수 씨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김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김판수> 네.

◇ 김현정> 지금도 장례식장에 계시죠?

◆ 김판수> 네.

◇ 김현정> 참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될지 저도 모르겠네요.

◆ 김판수> 이제는 무덤덤해집니다. 자식 가진 부모들이 똑같은 마음이겠죠. 이렇게 보내는 부모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이걸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 김현정> 이제는 흘릴 눈물도 말라버리셨나봐요. 덤덤하게 받으시네요.

◆ 김판수>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나올 눈물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날 밤 사고는 언제쯤 어떻게 전해들으셨어요, 아버님?

◆ 김판수> TV 뉴스 속보를 보고 제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막이 나오는데 보니까 부산외대라고 하더라고요. 내 딸이 다니는 데인데 그때부터 느낌이 이상했죠.

◇ 김현정> 느낌이 이상했어요, 내 딸이 간 거기구나 라는 생각.

18일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로 사망한 부산외대 학생들의 친구들이 임시 빈소가 마련된 울산 북구 21세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슬픔에 빠져 있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김판수> 학교 측에서 전화를 안 받고 있었는데.. 부상자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으로도 확인이 안 돼서 도저히 못 참아서 출발을 했습니다.

◇ 김현정> 딸한테도 전화를 해보셨을 텐데 딸 전화기는 안 받았을테고...

◆ 김판수> 벨은 울리는데 받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딸은 안 받고 답답한 마음에 학교로 전화하니 학교도 안 받고.


◆ 김판수> 네. 그래서 내가 도저히 못 참아서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새벽 1시 반쯤 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이제 사망자 명단에 저희 딸 이름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로 긴급대책반 2층 본부실에 제가 찾아갔습니다. 갔는데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앉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이게 무슨 사실이냐, 내 딸이 지금 뉴스에 나오는데 당신은 알고 있느냐, 어떤 병원에 있느냐 확인하니까 전혀 모르고 우왕좌왕 하더라고요.

◇ 김현정> 이미 새벽 1시 반이었는데 TV 하나도 없는 대책반에서 아무 상황도, 부모들만큼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게 일단은 보면서 많이 답답하셨군요.

◆ 김판수> 시신이 들어왔으면 그러면 임시분향소를 마련을 해야 됩니다. 임시분향소도 하나도 없고 어디로 가라는 안내도 없고 직원도 아무도 나와 있지 않고, 들어가서 우리가 확인하고. 코오롱 측이든 학교측이든 아무도 나와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 김현정> 사고가 난 리조트, 사실 1차적인 책임은 리조트에 있는데요, 리조트 관리하는 회사 회장이 어제 빈소를 방문했다면서요?

◆ 김판수> 네. 제가 보기에는 너무 안이한 대처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 눈이 와서 되겠나, 별일 없겠지. 이런 너무 안이한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눈이 그렇게 많이 오면 제설을 해야 되고 학생들이 1,000명이라는 학생들이 갔는데 학생들 다닐 수 있는 길이라도 제설을 해야 되는데 무릎까지 빠지게 그대로 방치하고 그 현대식 패널 건물 안에 애들이 500명씩이나 들어가고. 참으로 안이한 대처입니다.

그리고 학교측에서도 사전답사를 해서 눈이 그렇게 많이 오면 학교측에서 취소를 하고 다음으로 미루든가 해야 되는데 강요를 했다는 거죠. 오리엔테이션 안 한다고 애들이 그건 하지 않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오리엔테이션 안 한다고 문제 생기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 눈 오는데 왜 강행했느냐...

◆ 김판수> 네, 그런데 그 위험한 산길을 왜 강행을 했는지 그거는 저는 정말로 제 입장에서는 납득이 안 가고 이해가 안 갑니다.

18일 새벽 붕괴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이 매몰자 구조를 위한 밤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납득이 안 간다는 말씀, 왜 안 그러시겠습니까? 리조트 붕괴로 사고로 숨진 고 김진솔 양 아버지,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진솔 양은 평소 어떤 딸이었나요?

◆ 김판수> 제 딸이요? 정말로 친구 같은 딸이었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애였어요. 이번에 MT가는 것도 준비한다고 학과 부대표가 되다보니까 2박3일을 밤늦게 12시, 1시까지 준비를 하고 참 착한 친구였습니다.

◇ 김현정> 인사도 못하고 보내셨네요, 아버지.

◆ 김판수> 일요일 저녁에도 못 보고 월요일 아침에도 못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건 빈소에 있는 딸을 본 것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보니까 태국어과예요. 태국어과의 부 과대표로 이번에 간 거였는데. 태국으로 올해 유학 갈 예정이었다면서요?

◆ 김판수> 네. 후반기에 자기가 공부를 또 하고 싶고 해서 2년 유학을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그렇게 해라, 하고 제가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기분 좋게 들뜬 마음에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그리고 학교도 억수로 참 좋아했습니다.

◇ 김현정> 아버님, 진솔이에게 딸이 지금 하늘에서 아버님 이 방송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인사 건네시겠어요?

◆ 김판수>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내가 살았을 적에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고 좀 더 잘해줘야 되는데 못해줘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이라도 정말 좋은 데 가서 자기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누리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솔아, 사랑해, 아빠가...

◇ 김현정> 참 어려운 인터뷰네요. 우리 유가족들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오늘 나오셨습니다. 김진솔 양의 아버지 김판수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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