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은 사고 발생 14시간여만에 구조·수습이 마무리됨에 따라 붕괴원인 수사에 본격 나섰다.
검·경은 이른 시일안에 리조트 관계자 등을 소환해 관리 소홀, 부실 설계 등 원인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 구조·수습 14시간만에 마무리
지난 17일 오후 9시 6분께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 리조트 내 패널 구조의 체육관(990㎡) 지붕이 갑자기 붕괴했다.
이 체육관은 대부분 구조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임시 건물과 비슷하게 건립했다. 밖에서 보면 2층으로 보이지만 안에서는 단층구조로 지붕이 높은 형태의 건물이다.
바닥에서 지붕까지 높이가 10m이나 일반 2층 건물과 달리 중앙 부분 등에 기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1주일 동안 경주 지역엔 평균 50㎝의 눈이 내렸다. 이에 따라 구조상 눈의 하중에 취약한 체육관 지붕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소방, 경찰, 군당국은 사고가 난 뒤 현장에 구조대 400여명을 급파했지만 리조트가 해발 500m의 산 정상에 있는데다 도로가 좁고 눈이 쌓여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원 대다수가 진입로 입구에 구조차를 세워둔 채 수백m를 걸어서 현장에 진입할 수 밖에 없어 제때 구조에 나서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현장은 이미 대학생 수 십여명이 철골 구조물에 뒤엉킨 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아수라장으로 변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굴착기, 크레인 등을 동원해 사고발생 14시간 만인 18일 오전 11시를 전후해 구조작업을 마무리했다.
경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참사로 부산외국대 학생 9명, 이벤트 회사 직원 1명 등 10명이 숨지고 105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했다.
◇ 사고 원인 두고 각종 의혹
이번 참사는 50㎝가 넘게 쌓인 눈의 하중을 체육관 지붕과 외벽이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우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은 드러난 원인 가운데 하나일뿐 각종 구조적 문제가 결합해 사고가 났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주 외동산업단지 내 공장이나 일부 식당 등 사고 체육관과 비슷한 자재나 형태·구조로 지은 건물에는 붕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체육관이 시공 과정에서 정품 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등 부실공사를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설 태만 등 리조트 측의 시설관리 부실도 한 원인일 수 있다.
2년 전 이 체육관을 이용했다는 플랜트 설계업체 관계자는 "체육관과 같은 공법으로 지은 인근 공장들은 최근 폭설로 인한 지붕 붕괴를 막기 위해 소방 호스로 밤을 새워 눈을 녹였다"며 "리조트측에서 이 같은 노력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고 체육관은 2009년 완공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책임질 사람 반드시 책임져야"
사고현장 구조·수색 작업이 끝나자 검·경은 붕괴원인 수사에 착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본원과 대구 및 부산본원 소속 인력 13명으로 현장 감식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오는 19일부터 본격 감식에 들어간다.
국과원은 무너져 내린 체육관을 안전하게 시공했는지, 하중 설계를 적정하게 했는지 등을 점검한다.
검·경도 국과원 감식이 끝나는대로 사고 체육관에 대해 시공에서 관리까지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위법이 있었는지를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이성한 경찰청장은 "체육관 허가 과정과 설계, 시공, 관리 등 부분에 한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