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다이어트가 화두가 되고 대다수 여성들에게 회자되는 계절이 돌아올 것이다. 겨우내 움츠린 곰들이 기지개를 켜듯 시즌 다이어터들이 동네 헬스클럽에서 모두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살을 뺀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 다이어트. 그러나 다이어트의 어원을 살펴보면 살을 빼서 체중을 줄인다는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어떤 식품에 영양가가 전혀 없어도 살이 빠지면 좋은 식품이 되는 시대다. 스모선수의 바지를 날씬한 여성이 들고 나와 얼마 전에 입던 바지라고 하면 식촛물도 대박상품이 된다. 과체중으로 지옥문 앞까지 갔다가 특정성분의 약을 먹고 회생했다는 사례에 안 속아 본 다이어터들이 과연 있을까? 온갖 과장광고와 상술 앞에 우리의 건강을 내주고 마는 악순환을 우리는 왜 끊지 못할까? 빠르고 손쉬운 것을 추구하는 세태가 유달리 건강음식에 집착하는 우리의 정서와 결부된 결과다. 효과 빠른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것을 실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는 직업 특성상 많은 책자와 정보를 접하는 필자 역시 꼭 풀어야 할 숙원과제다.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은 결과에 집착할 뿐이요, 기본적으로 섭취하는 에너지의 양과 질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옛 사람들의 식생활 패턴을 염두에 두고 우리 몸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본래의 식단을 되찾아야 한다.
잘 생각해 보자. 자연에서 올라온 식품은 원래 짠 것이 없다. 바닷물이 묻은 미역이 짜더라도 민물에 헹구면 그 뿐이다. 인간이 보존하기 위해 염장을 쳐서 짜졌을 뿐이다. 짠 음식을 먹고 혈액 속의 나트륨 농도가 올라가면 우리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혈액 속으로 수분을 유입한다. 이때부터 염분의 농도가 정상이 될 때까지 우리 몸은 지방대사를 전혀 하지 않는다. 짜게 먹는 식습관이 수분으로 인한 부종 비만을 초래하는 이유다.
짠 음식 뿐 아니라 치명적으로 단 음식도 없다. 동시에 기름지면서 단 음식도 없다. 기름지다면 당도가 높지 않고 달다면 기름기가 없다. 굶어온 인류는 열량이 높은 단 맛과 기름진 맛을 본능적으로 추구했을 것이고 이를 간파한 인간들이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내는 음식을 만들었을 것이다.
소식을 실천하는 필자는 뷔페식당에 갈 때마다 마음이 편칠 않다. 대여섯 사람이 한 끼 먹을 돈으로 한 사람이 한끼 식사를 하는 비용의 낭비가 마뜩찮고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불편함도 크다.
사과 한 알, 고기 한 점에도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사과는 우리에게 거저 자신의 살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과육을 내어 주는 대신 자신의 씨를 대지 위에 퍼뜨려 달라는 무언의 약속을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소, 돼지도 마찬가지다. 남아있는 자신의 새끼들을 잘 돌보아 달라는 조건으로 자신의 피와 살을 우리에게 내어 주는 것이다. 그들의 살코기 한 점을 우리 입에 넣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며 밥 반찬으로 감사히 먹을 일이지, 맹수처럼 그들의 살로 우리의 배를 채울 일이 아니다.
숭고한 마음으로 음식을 접하는 것이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이는 건강하게 균형잡힌 영양을 의미한다. 우리는 현재 이것을 다이어트라고 부른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