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폭설지역 시설물 2차 붕괴 우려 긴급 점검

동해안 각 시·군 지붕 위 '시한폭탄' 제거 총력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지붕에 쌓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강원 동해안 지역 공장과 강당 등 건물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강원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경주 체육관 붕괴 사고와 관련 도내 100㎡ 이상 규모의 공장, 강당, 학교 체육관 등 시설물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103년 기상관측 사상 최장·최대 폭설과 연이은 눈 소식에 동해안 지역 시설물의 추가 붕괴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번 '습설'은 '마른 눈'보다 2∼3배가량 더 무겁다. 습설이 1㎡의 면적에 50㎝가량 쌓이면 눈 무게만 마른 눈보다 최대 3배인 평균 150㎏에 달한다.


동해안 지역의 경우 1m가 넘게 눈이 온 점을 감안하면 100㎡ 규모의 공장이나 창고, 강당 지붕에는 300t의 엄청난 무게가 짓누르고 있다는 계산이다.

사실상 도내 공장·강당 등의 시설물 지붕 위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설치된 셈이다.

그만큼 이번 폭설에 따른 피해도 막대하다.

이날 현재까지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집계된 피해 시설은 8개 시·군에서 농업시설과 축산시설 등 800여 동이 무너져 피해액만도 120억원을 넘어섰다.

동해안 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참석해 행사를 치르는 강당 지붕이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오후 5시 10분께 삼척시 하장면 하장초교의 아치형 체육관 지붕이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당시 이 학교는 폭설로 인해 임시 휴업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지적이다.

도 교육청은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폭설 기간 각 시·군 각급 학교에 강당이나 체육관 시설 사용을 중단하고 지붕 제설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속초의 한 초등학교는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체육관 사용을 중지하고 안전점검 중이다.

동해안 지역 각 시·군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와 유사 사고나 나지 않도록 공장과 강당 등 조립식 패널 건물을 비롯해 비닐하우스나 일반 주택 지붕에 쌓인 눈 제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학과)는 "시설물 건축 시 폭설에 견디는 설계 기준을 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1m가 넘는 폭설이 자주 내리는 동해안 지역의 설계기준을 더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여름철 폭우와 홍수에 대응하는 매뉴얼처럼 지붕 위에 쌓인 눈 제거 등 폭설에 대비한 매뉴얼이 시급하다"며 "무엇보다 도내 특성상 폭설 시 산간마을에 거주하는 노인 구조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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