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론 발진 대체기지 확보에 비상

미국이 파키스탄 서북부에 은신 중인 알 카에다 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드론(무인기) 발진 대체기지 물색에 다급하게 나섰다고 미군 기관지 성조지가 17일 보도했다.

성조지는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빌려 이런 움직임은 올해 말까지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이 불가피하다는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중앙아시아의 한 국가 공군기지가 대체기지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체기지가 확보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중앙정보국(CIA)이 알 카에다 잔존 세력 탐색을 위한 충분한 정보 수집과 험준한 산악 지형인 파키스탄 서북부의 특정 목표물에 대한 즉각적인 발진 역량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드론을 이용한 CIA의 이슬람 극단세력 제거 공작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간 첨예한 갈등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미군의 장기 주둔 허용을 골자로 한 미국과의 잠정 상호안보협정에 서명을 거부하자 오바마 행정부 일각에서도 아프간에서의 미군 완전 철군을 주장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파키스탄 국경 부근의 견고한 기지에서 근무하는 CIA 분석관들은 주로 전자정보 분석작업을 수행하는 반면, 공작관들은 목표물 식별을 도와주는 정보 제공자들을 직접 만난다고 전·현직 CIA 요원들이 밝혔다.

공작관들은 또 드론이 발사하는 미사일 유도를 도와주는 GPS 추적기를 승용차나 건물에 설치하는 현지인들에게도 돈을 지급한다. 드론 공격을 지원하는 인간정보가 워낙 많이 수집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기지들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는 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도 최근 처음으로 미국이 드론 발진 대체기지를 물색 중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프레데터: CIA의 대(對)알 카에다 드론전'(Predators: The CIA's Drone War on Al Qaeda)의 저자인 브라이언 글린 윌리엄스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2005년 추방 때까지 CIA와 미군이 우즈베키스탄의 한 공군기지를 드론 발진기지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미군이 아프간에 대한 병력과 군수물자 수송을 포함한 공중작전에 키르기스스탄의 한 공군기지도 사용했다. 미 국방부는 키르기스스탄을 이용한 공중작전 지원 기능을 지난해 가을 루마니아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부사령부(CENTCOM) 산하 마이클 나가타 특수전 사령관(소장)이 "상호 안보협력 문제"와 "지속적인 군사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타지키스탄을 방문했다.

나가타 사령관의 방문이 CIA가 운용하는 드론 발진기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미 관리들은 함구했다. 지금까지 타지키스탄은 미 군수물자의 수송 창구로 사용돼 왔다.

행정부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과 중앙아시아권 국가 간의 새로운 기지 사용 허용 합의를 방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예측은 러시아가 오랫동안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진출을 거부해온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어벤저'(Avernger)로 불리는 신형 프레데터 C형 드론은 아프간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게 윌리엄스 교수의 설명이다. 제트 엔진인 어벤저는 프로펠러를 동력원으로 하는 기존의 프레데터와 리퍼 드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파키스탄 내 '따끈한 목표물'(hot targets)에 도달할 수 있어 기존 드론들이 가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어벤저의 제작사인 제너럴 어토믹스 사도 실전 배치 태세가 되어 있다면서, 현재 4개의 시제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내 드론 공격도 지난해에는 28건으로 2010년의 117건에 비해 급감했으나 명중률은 훨씬 높아졌다.

그러나 CIA가 이 지역에서 불가피하게 철수한다면 민간인 희생자없이 신속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드론의 관할권을 CIA에서 군, 특히 대테러전 전문 수행 기관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로 점차 이관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언도 CIA로서는 또 다른 위기로 등장했다고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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