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이래 최장·최고의 폭설이 쏟아진 강원 동해안 지역의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18일 또다시 눈이 내리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주에 있는 리조트 체육관이 붕괴해 대학 신입생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혹시나 쌓인 눈이 지붕을 덮치지 않을까 긴장감을 넘어 공포심까지 느끼는 듯했다.
이날 오후 강릉시 강동면 모전1리 5반 반장인 박석동(67)씨는 마을 지붕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우리 마을에는 최근 많은 자원봉사자가 찾아 제설작업을 도왔지만, 여전히 농가마다 많은 눈이 쌓여 있어 걱정이 크다"라며 "특히 눈 때문에 피해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어제 뉴스를 통해 경주 리조트 사고까지 접하자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마을 도로 대부분은 차량 1대만 간신히 오가는 산골마을 '토끼길'이거나 아예 길이 끊겨 걸어 다니고 있었다.
곳곳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지붕이 눈에 들어왔으며 처마 끝에는 6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눈더미가 수북이 뒤덮여 있었다.
특히 사람이 다니는 길이 일단 확보된 탓에 마을 지붕 위에는 주민들이 올라가 삽으로 쌓인 눈을 치우느라 바쁜 모습이다.
전모(75·여) 씨는 "계속 쌓여만 가는 눈을 치우다 몸살에 걸려 일주일 전부터 제설작업을 중단했는데 지붕에 눈이 너무 많이 쌓였다"라며 "어제는 겁이나 이웃집에 가서 잠을 청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마을 김모(74) 씨도 "눈이 계속 쌓이더니 결국 이날 처마끝 물받이가 폭삭 내려앉는 피해를 당했다"라며 "집에 앉아 있으면 겁이 나 밖으로 자주 나온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전 할머니와 김 할아버지의 농가 지붕 한쪽은 눈더미가 방금 이라도 내려앉을 듯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지붕 위에서 눈을 치우던 어수학(64)씨도 잠시 삽을 내려놓으며 말을 거들었다.
그는 "집이 기와집이라 다소 안심하고 있었지만, 어제 경주 사고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날 지붕 위에 올라와 봤더니 일부 기왓장이 파손돼 깜짝 놀랐다"라며 "쌓인 눈이 경사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서 하중이 지붕 끝으로 쏠린 것 같다"라면서 연신 지붕 위를 바라보았다.
마을을 돌아나가는 길에 만난 이상호(54·상시동리)씨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 지붕에 눈이 쌓여 계속 치우고 있지만, 끊임없이 내리는 폭설에 이제는 눈을 치울 장소도 없다"라며 "앞으로 눈이 더 내린다고 하니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