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항공 부기장, '망명'위해 여객기 기수돌려(종합)

이탈리아로 가던 여객기 스위스 '비상착륙'

아디스아바바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던 에티오피아 여객기의 부기장이 스위스에 망명하겠다며 조종간을 빼앗아 항공기를 강제로 제네바 공항에 착륙시켰다.

제네바 경찰에 따르면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67-300 항공기가 17일 오전 6시께 제네바 공항에 착륙했다. 당초 이 항공기는 밀라노를 경유해 로마로 운항할 예정이었으나, 부기장 하일레메드힌 아베라(31)가 조종간을 빼앗아 기수를 돌렸다.

그는 전과가 없으며 5년간 국영 에티오피아항공에서 근무해 왔다.

제네바 경찰은 착륙 직후 아베라를 체포해 구금중이다.

이 항공기는 수단 상공을 지나던 도중 납치됐다는 구조 요청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에 따라 이 항공기가 유럽 상공에 진입하자마자 이탈리아 제트 전투기 2대가 따라붙었고 이후 프랑스 제트기도 호위에 나섰다.

공항 당국의 조사 결과 아베라 부기장은 기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 조종실 문을 잠그고 기수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베라는 잠긴 조종실 문을 기장이 계속 두드리자 "문 두드리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비행기를 추락시키겠다"고 협박했다고 승객 프란체스코 쿠오모(25)씨는 전했다.

승객들은 여객기가 기우뚱하면서 비상 탈출용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고, 영어로 안내 방송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안내 방송의 내용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승객들에게 산소 마스크를 쓰도록 경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승객 디에고 카르펠리(45)씨는 "항공기가 납치됐던 사실은 몰랐지만 갑자기 하강하기 시작하면서 공포에 떨었다"며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여객기에는 승무원 7명을 포함해 200명이 타고 있었으며, 부상자는 없었다.

탑승자를 국적별로 보면 이탈리아 139명, 미국 11명, 에티오피아 10명, 나이지리아 5명, 프랑스 4명 등이다.

제네바 경찰에 따르면 아베라 부기장은 "에티오피아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껴 스위스에 망명을 신청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제네바 공항 당국은 당초 이 항공기가 비상 급유를 위해 착륙 요청을 했다고 생각했으며 납치되고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깨달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공항에 착륙한지 몇 분 후에 아베라는 줄을 타고 조종실을 빠져 나왔으며, 여객기 근처에 있던 경찰관들에게 가서 '내가 납치범'이라고 자수했다.

경찰은 착륙 후 여객기 승객들이 머리에 두 손을 얹은 채 한 명씩 내리도록 했다.

이번 사건으로 제네바 공항이 약 2시간 폐쇄됐다.

항공기 납치에 따른 최대 형량은 스위스 법에 따르면 20년, 에티오피아 법에 따르면 25년이다.

제네바 검찰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망명(허용 여부)와 그가 여기 오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 사이에 연관이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망명 요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스위스 연방 검찰은 이날 공항 당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아베라의 신병 인도를 스위스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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