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군사정권 협력 전직 판검사들 재판 개시

인권단체 "인권범죄에 눈 감고 '국가 테러'에 동참"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1976∼1983년)에 협력한 전직 판사와 검사들이 인권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사법부는 이날부터 5명의 전직 검사와 판사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들은 군사정권 당시 멘도사 주 검찰과 법원에서 활동한 오틸리오 로마노, 루이스 미레트, 길례르모 페트라 레카바렌, 가브리엘 구소, 롤란도 카리소 등이다.

멘도사 주 인권단체 변호사인 파블로 살리나스는 "이들은 과거 멘도사 주에서 자행된 '국가 테러'에 동참하고 인권범죄에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 살리나스는 당시 검찰이 납치·고문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법원은 진상 규명을 바라는 피해자 가족들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법률·사회 연구센터(CELS)는 "이번 재판은 지금까지 열린 90여 건의 재판과는 다르다"며 전직 검사와 판사가 법의 심판대에 오른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군사정권의 인권범죄와 관련해 지금까지 판사가 처벌을 받은 것은 단 한 건뿐이다. 산타페 주 법원의 판사였던 빅토르 브루사는 지난 2009년 인권범죄 혐의로 기소돼 2013년 3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CELS의 자료를 기준으로 '국가 테러' 가담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람은 2천71명이며, 이 가운데 405명이 재판에 넘겨져 370명이 처벌받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3월 24일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가 주도한 군사 쿠데타로 이사벨 페론 대통령 정부(1974∼1976년)가 무너졌다. 군사정권은 마지막 집권자인 레이날도 비뇨네가 1983년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1983∼1989년 집권)에게 정권을 이양하면서 막을 내렸다.

비델라는 인권탄압 등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지난해 5월 8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인권단체들은 '더러운 전쟁'으로 불리는 군사정권 기간에 3만여 명이 납치·고문·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알폰신 전 대통령 정부 출범으로 군사정권 인사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군부의 반발을 우려한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1999년 집권)이 1989년 사면법을 제정하면서 처벌이 중단됐다. 그러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이 사면법을 전격 취소하고 나서 2006년께부터 처벌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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