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진수씨 '살신성인'…"괴한 밀어내 희생자 최소화"(종합)

이집트 여행업계 20여년 종사…"성실하고 존경받는 분인데…"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폭탄 테러 현장에서 현지 가이드 제진수(56)씨가 신속한 조치로 희생자를 최소화하고 본인은 정작 숨진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현장 수습 등을 담당한 주 이스라엘 대사관의 박흥경 공사는 17일 연합뉴스와 만나 현지 여행사 사장으로 가이드를 맡았던 제씨가 테러범이 버스 계단에 한 발을 들이는 순간 밀쳐 냈고 바로 다음에 폭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 공사는 이어 "제진수씨가 저지 하지 않았다면 희생자가 더 많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여행업체인 '블루스카이 트래블' 사장인 제씨는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교인 김홍렬(64)씨, 한국에서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35)씨, 이집트인 운전사 등 이번 테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4명 가운데 하나다.


제씨의 사망 소식에 카이로의 그의 지인들도 비탄의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지인들은 하나같이 "워낙 성실해 카이로 한인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이셨는데 이런 일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카이로의 한 중견 여행업체 한국인 사장은 전날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씨와는 '형님, 동생' 하며 지낸 사이였다"면서 "두루두루 모가 안 나고 성품이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제씨와는 이틀 전에도 전화 통화를 했다"며 "이렇게 좋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22년여 간 이집트 여행업계에 종사한 제씨는 이 분야의 중견 원로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교민 사회에 따르면 제씨는 이집트 정착 초기 당시에는 식품회사 책임자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 여행업계에 뛰어들어 현지에서 20년 넘게 '블루스카이 트래블'이라는 여행사를 운영했고 한 때 이집트 한인회에서 감사를 역임하는 등 한인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또 다른 한국 여행업체 관계자도 "20년 이상 가이드를 하시고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조언을 해 주신 분"이라고 애통해 했다.

그는 "제씨는 이집트 여행업계에 어떤 일이 생기면 '이렇게 대처하자'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한 존경스러운 분"이라며 제씨의 별명이 '정의의 사나이'라고도 했다.

제씨는 부인과 두 딸을 두고 있으며 딸들은 모두 한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씨의 부인 송모씨는 사건 발생 직후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남편에게 휴대전화를 걸면 신호는 가는 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이 안됐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송 씨는 "남편은 한국에서 온 관광객과 함께 오늘 타바를 경유해 이스라엘로 넘어갈 예정이었다"며 "도시락을 32인분 준비했기 때문에 그 버스에 탑승한 한국인은 32명이 맞을 것"이라는 말로 짧은 통화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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