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감 감도는 시나이반도를 가다

외국인 관광객 발길 뚝 끊겨

한국인 탑승 버스 폭탄 테러가 발생한 다음날인 17일(현지시간) 오전 이집트 동북부의 시나이반도.

수도 카이로에서 시나이반도 남부 샤름 엘셰이크로 가는 전체 750km 길이의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가는 차량 행렬이 뜸했다.

300여km를 달려 수에즈 터널을 지나 샤름 엘셰이크까지 350km를 더 주행한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탄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현지 베두인족이나 이집트 주민이 운전하는 차량만 10분 간격으로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샤름 엘셰이크 인근에 다가갈수록 트럭과 작업 차량, 경찰 차량만 보일 뿐 대형 관광버스는 거의 목격되지 않았다.

카이로와 샤름 엘셰이크 사이에 있는 4~5곳의 휴게소에서도 외국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집트 가족 단위의 탑승객을 태운 관광버스만이 간혹 눈에 띌 뿐이었다.

전날 한국인 관광객 폭탄 테러의 영향 때문인 듯 샤름 엘셰이크 부근의 왕복 2차선 도로에서는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스낵과 음료수를 파는 한 20대 휴게소 직원은 "오늘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 1대만이 우리 휴게소를 들렀다"고 말했다.

쾌청한 날씨였지만 최근 토사가 흘러 든 일부 지역의 도로 때문에 스산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시나이반도에서 만난 아쉬로프(32)는 "어제 한국인 버스 폭탄 테러로 세계 27개국이 시나이반도에 가지 말 것을 권고하거나 강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등 한국인 3명이 숨진 타바에서 약 100km 떨어진 샤름 엘셰이크에서도 외국인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카이로에서 7시간을 주행하는 끝에 샤름 엘셰이크에 도착했지만, 실제 그곳 역시 인적이 끊겨 한산해 보였다.

검문소는 모두 4곳을 지났다.

장갑차와 방탄조끼를 입은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 때에는 군인이 아닌 경찰이 검문을 했다고 한다.

샤름 엘셰이크 도심으로 빠지는 갈림길 검문소에서는 소총을 든 군인 5~6명이 바이케이드를 친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을 유심히 살펴본 한 군인은 차량 등록증과 운전 면허증, 여권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샤름 엘셰이크까지 운전을 한 이스마일(37)은 "과거에는 관광지로 유명한 시나이반도가 외국인으로 가득 찼는데 최근처럼 성수기임에도 이렇게 관광객이 없기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폭탄 테러 피해자 일행이 머문 샤름 엘셰이크 국제병원에 도착하자 이집트 관광부와 경찰 간부, 주이집트 대사관 직원, 한국인 관광객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었다.

주이집트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집트 관계 기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돕고 있고 카이로 주재 한국 교민이 이 병원에 와 자원봉사를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