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무의 줄기나 가지 끝에 달려있는 겨울눈이 그것을 감지합니다. 이 따스한 기운에 의해 옥신이라고 하는 식물생장 호르몬이 만들어지고 나무 아래 조직으로 흘러내리면서 생장을 자극합니다. 그러면 뿌리는 땅속에서 물과 필요한 영양소를 빨아들여 잎과 줄기에 올려 보내게 됩니다. 그 속에는 당분, 철분, 비타민 등 많은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무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영양활동을 하게 되는데 고로쇠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가장 빨리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고로쇠나무 수액이 몸에 좋다고 해서 물과 영양소가 올라가는 길목에 구멍을 내고 수액을 채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액으로 유명한 고로쇠나무는 전국의 계곡이나 반음지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입니다. 키는 15m 정도까지 자라고 줄기는 회갈색입니다. 잎은 마주나고 전체적으로는 둥근 모습이지만 다섯 갈래로 손바닥처럼 갈라지고 끝은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톱니가 없이 밋밋한 편입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새 가지 끝에서 긴 꽃자루가 나와서 연한 황록색의 꽃송이가 여러 개 달립니다. 그리고 잎 보다 먼저 꽃이 핀다고 기록하고 있는 식물도감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서는 잎이 먼저 돋는 경우도 있어 보입니다. 열매는 9~10월에 익는데 프로펠러를 닮은 날개가 있어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후손을 멀리 보내려는 나름대로 방식입니다.
옛날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신라 말 도선국사(道詵國師)는 전남의 백운산에서 참선을 하다가 도를 깨우쳐 일어나려는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일어설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앉아서 지낸 탓이었습니다. 마침 앞에 있는 나무를 잡고 일어서려 하다가 그만 나뭇가지가 부러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물이 흘러나왔고 도선국사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그것을 받아 마셨습니다. 이 물을 마시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무릎이 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 나무가 고로쇠나무였습니다. 그리고 신라와 백제가 지리산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한 병사가 화살이 박힌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손으로 받아 마시고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다른 병사에게도 그것을 먹였다고 합니다. 그 수액을 마신 병사들은 회복하게 되었고 그 뒤로는 상처를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보면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신 역사는 꽤 오래된 듯합니다.
그래서 고로쇠라는 이름도 이처럼 '뼈를 이롭게 한다'는 뜻의 골리수(骨利水)에서 왔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고로실나무 또는 수색수라고도 하고 잎이 다섯 갈래라 하여 오각풍(五角楓)이라고도 합니다. 제주에서는 고로쇠기나무라 부르기도 합니다. 종종 같은 집안의 단풍나무와 잎도 열매도 비슷하여 처음 보는 사람들은 헷갈리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잎이나 열매가 좀 더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람을 타는 프로펠러를 닮은 열매 때문에 나무(木)와 바람(風)을 합성하여 풍(楓 : 단풍나무)이라 쓰기도 합니다. 학명 Acer mono 가운데 속명 Acer는 단풍나무의 라틴어로 '갈라진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데서 유래한 듯합니다. 그리고 종소명 모노mono에는 꽃이 '암수한그루'라는 뜻이 있습니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이 좋다고 하지만 채취하려고 구멍을 뚫어 놓은 모습에서 한편 애처로운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고 하는 것이어서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액을 너무 많이 뽑아내면 나무의 생장에도 좋지 않으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인간은 숲에서 가져온 나무로 집을 짓고 숲에서 식량을 얻고 의약품을 얻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연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 보존해야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고로쇠나무의 꽃말이 영원한 행복입니다. 어쩌면 영원한 것은 아닐지라도 진실한 행복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