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16일(현지시간) 김태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할 때만 해도 친구들이 만류했으나 개봉 1주일만에 약 25만명이 관람하면서 삼성의 노동자 처우에 대한 국민적 논란을 재점화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FT는 주제의 민감성으로 인한 제작사들의 투자 기피로 시민모금운동과 개인 투자로 제작비를 마련하는 한편 주인공의 이름은 물론 해당 그룹의 이름도 삼성에서 '진성'으로 바꾸었다면서 개봉관수도 처음에는 약 70개에 불과했으나 영화에 대한 관심과 영화관들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면서 182개로 늘었다고 전했다.
FT는 그러나 이 같은 개봉관수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745개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라면서 전국지들도 영화평을 통해 이 영화를 소개하고 있으나 단편적으로 삼성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FT는 이 영화의 제작 및 배급과정의 어려움에는 국가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을 당황하게 만드는데 대한 신경과민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재정적으로 삼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광고수입의 약 10%, 일부의 경우 20%가 삼성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영화의 실제 모델로 속초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황상기 씨는 "일반인들이 삼성의 안전기록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손님들이 나를 알아보고는 '삼성에서 일어난 이 모든 일들에 대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말한다"면서 자신의 딸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이런 무관심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피력했다.
앞서 가디언도 지난 5일 '또 하나의 약속'의 개봉으로 삼성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황유미 씨와 다른 노동자들의 사건을 둘러싼 침묵이 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황유미 씨의 삼성반도체 입사 이후 투병, 사망에 이르는 과정과 아버지 황씨의 투쟁 노력, 유사한 다른 노동자들의 사례 및 이에 대한 법원 판결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 뒤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에 따르면 약 200명의 노동자들이 삼성과 다른 반도체업체를 상대로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삼성이 자사에 보낸 성명을 통해 "우리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과거나 현재에도 우리의 최고의 우선사항"이라면서 "우리 반도체 시설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직원 및 안전 규정을 준수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이 같은 삼성의 주장이 삼성을 떠난 뒤 4년후인 2005년 뇌종양 진단을 받은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 등과 같은 노동자나 가족들에게는 감명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내 딸은 납과 유기 용제를 많이 들이마셨으며 이것이 딸의 병이 직업과 관련됐다고 확신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또 영화의 실제 모델인 황씨가 1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거부하자 삼성이 원하는 가격을 말하라는 요구를 했다면서 황씨는 자신의 법적 투쟁이 몇년 더 걸리고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침묵을 돈으로는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