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父 "현수 러시아행, 성남시청과 무관"

"일부 한국선수, 러시아行 타진해 와"

- 금메달 후 그동안 회한 떠올라 오열
- 연맹 민주화 없이 불상사 계속 될 것
- 안타깝지만 한국 돌아올 가능성 無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기원 (안현수 선수 아버지)

지난 토요일 열린 남자 쇼트트랙 1000m 경기, 여러분 보셨습니까? 금메달은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에게 돌아갔고요, 우리 대표팀은 열심히 뛰었습니다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습니다. 물론 메달이 전부가 아니고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번 우리 대표팀의 부진이 달리 보이는 건 마침 빙상계의 부조리한 문제들이 제기되는 와중에 있었기 때문이죠. 온라인상에서는 주말 내내 빙상연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셌고 급기야 연맹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과연 빅토로 안, 안현수의 귀화에는 어떤 문제가 숨어 있었을까요? 그 문제는 지금도 진행 중인 걸까요? 소치에 가 있는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 씨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안 선생님, 안녕하세요?

◆ 안기원>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안현수 선수가 금메달 따는 순간 많이 우시더라고요?

◆ 안기원> 네. 현수가 모든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감정에 복받쳐서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안현수 선수도 빙판에 입 맞추면서 오열을 하던데, 안 선수는 무슨 생각 했다고 하나요?

◆ 안기원> 현수는 한국을 떠난 것이 실력이 부족해서 대표가 안 된 것이 아니고, 모든 여건이 안 맞아서 러시아에 와서 이렇게 모든 역경을 이기고 올림픽 금메달로 증명해 보였기에 그동안의 설움들이 밀려와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거라고 저는 봅니다.

◇ 김현정> 사실 국민들은 여전히 겉모습은 우리 안현수인데 ,그 가슴에 태극마크가 아니라 러시아 마크가 새겨져 있고 시상대에서는 러시아 국가 부르고... 보면서 굉장히 묘한 감정 같은 걸 느꼈어요.

◆ 안기원> 저는 시상식 장면을 바로 앞에서 봤거든요. 저기에 현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애국가가 울렸어야 이게 정상인데, 왜 우리 아들이 러시아까지 가서 러시아 영웅대접을 받으면서 금메달을 땄지만 너무나 서글픈 마음이 밀려오는 것은 정말 그것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저는 아팠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시면서 러시아의 국민영웅이라는 말씀 하셨는데,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축전도 보내고 은퇴 후에 모스크바 대학교수직도 제안 받고 이런 대우들이 쏟아진다면서요?

◆ 안기원> 모스크바 대학의 교수는 제안 받은 게 아니고요, 현수가 은퇴하고 공부를 하고 싶다니까 모스크바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겠다고 했고요. 러시아 코치로 임명하겠다고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님이 발표를 하신 거죠. 그런데 현수가 운동을 금세 끝낼 뜻은 아니고, 현수가 힘 닿는데 까지, 자기가 체력이 뒷받침 될 때까지는 운동을 하겠다고 얘기를 해서 언제 은퇴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런 전폭적인 지지, 응원 속에서 안현수 선수는 금메달을 땄는데, 그런데 우리 한국선수들은 이번에 부진해서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가 없습니다. 안현수 선수가 후배들, 한국선수들 부진 한 것 보고는 뭐라고 하던가요?

◆ 안기원> 많이 안타까워 했고요. 자기 때문에 또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못 내지 않나 하는 걱정도 하고, 또 시합장에서 만나면 어쨌든 현수의 후배 아닙니까? 선수들한테 부담감 갖지 말고 잘 해서 우리 같이 한 번 시상대에 올라가자고 그렇게 격려도 해 주고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너무 부담을 많이 가졌고.

◇ 김현정> 그 선수들이 안현수와 뛴다는 자체에 상당히 부담을 느꼈나 보죠?

◆ 안기원>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없죠. 왜냐하면 현수가 잘하면, (현수가) 메달을 따고 한국 선수는 못 따면 오히려 자기들 비난을 받을까 봐서 거기에 대한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한국쇼트트랙, 이번에 부진한 모습을 보면서 기복이란 게 있을 수 있으니까 우연히 올해가 그런 건지 아니면 뭔가 고질적인 문제가 쌓여서 터진 건지, 지금 여러 가지 진단들 나오고 있는데 아버님은 어떻게 보세요?

◆ 안기원> 우리 선수들이 못하는 건 아니고요. 다른 나라 선수들이 기량이 많이 올라온 거예요. 유럽 선수들도 그렇고 또 현수가 러시아 가면서 러시아 선수들도 많은 발전이 있고. 그런데 우리 대한빙상연맹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나가면 무조건 메달을 따는 걸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은 나가면 메달 딴다,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부족했고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못 만들어준 것이 큰 화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맹에서 투명하게, 민주적으로 모든 행정을 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안현수 선수 (소치=임종률 기자)
◇ 김현정> 지금 한국에서는 도대체 안현수 같은 선수가 왜 귀화를 하게 됐느냐, 귀화 당시에는 큰 관심이 없던 분들까지,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 이유를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 결국 그때 그게 파벌 문제 때문이었죠?

◆ 안기원> 네. 파벌 문제가 심각해 있었고요. 2002년 토리노올림픽 때 파벌 문제 때문에 현수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남자팀에서 운동을 해야 되는데 여자팀에서 운동하는 사건도 벌어졌고요. 올림픽 끝나고 나서도 세계수선수권 나가서 한국선수가 한국선수를, 현수를 방해하니까 저는 그런 걸 보다보다 못해서 파벌의 문제성을 수면에 떠올리게 했는데, 그것 때문에 현수도 그때부터 미운털이 박혔고, 저도 국민들한테도 처음에는 욕을 먹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연맹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 김현정> 파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린 게 안현수 씨 아버지, 안기원 선생님이셨고, 그것때문에 따돌림이 더 심해지면서 결국은 러시아행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 된 거예요?

◆ 안기원> 그렇죠. 한국에서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기 때문에.

◇ 김현정> 일각에서는 안현수 선수가 소속돼 있던 성남시청팀이 그 무렵에 재정위기 때문에 해체가 됐어요. 그러면서 안현수 선수가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결국 귀화를 택한 거 아니냐 즉 성남시가 안현수를 쫓아낸 거다, 이러면서 성남시가 비난을 받고 있는데 그것도 사실인가요?

◆ 안기원> 그건 아니에요. 성남시청 해체되기 전에 현수는 러시아 가는 것이 확정이 돼 있었고, 성남시청이 해체가 안 됐어도 현수는 러시아 가기로 벌써 결정이 다 돼 있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성남시청 해체가 현수의 러시아 가게 된 동기는 아니에요. 그건 잘못 알고 계신 거고요.

◇ 김현정> 더불어서 김소희 MBC 해설위원도 선수들 폭행에 연루돼 있다 어쨌다... 소문이 돌면서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인가요?

◆ 안기원> 2004년도에 여자 선수들이 훈련이 힘들다고 훈련을 안 하고 나간 적이 있어요, 선수촌에서. 그것이 문제가 돼서 그때 최광복 코치하고 김소희 코치가 그걸 책임지고 김소희 코치는 물러났는데, 폭행과 가혹행위는 그 분(김소희 코치)하고 상관이 없어요. 또 이것이 이상하게 여론이 흘러가지고 비난의 타격을 받고 있는데, 그런 사실이 없어요. 그런 비난은 없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우리나라 빙상연맹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될텐데, 다시는 제2의 안현수가 탄생해서는 안 될 텐데, 가장 필요한 건 어떤 것이라고 보세요?

◆ 안기원> 가장 필요한 건 연맹의 민주화죠. 그리고 또 연맹이 개혁이 되어야겠죠. 한 사람의 힘으로 연맹이 좌지우지한다는 건 있어서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정말 능력 있고 정직한 분들이 협회에 오셔서 투명한 행정을 펼쳐야지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체면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권한이 한 사람한테 집중되다 보면 방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자꾸 매년, 올림픽 때마다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거예요. 2002년도에는 파벌싸움, 2010년도에는 이정수 선수 사건해서 짬짜미 사건, 또 2014년에는 올림픽 앞두고 성추행 코치를 임명했던 부분, 이런 부분들이 올림픽 4년 만에 계속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혹시 다른 부모님들 중에도 안현수 선수를 보면서, 우리 아이도 러시아로 가서 뛸 수 없겠느냐고 조심스럽게 타진해 오는 분들이 계십니까?

◆ 안기원> 그런 부모님들이 몇 분 계십니다. 누구라고 말씀은 못 드리고요. 저한테도 얘기하셨던 분들이 계세요. 제가 보내려고 러시아에 얘기도 했는데 성사가 안 됐습니다.

◇ 김현정> 안현수 선수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영원히 돌아갈 생각이 없다,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서 우리 국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는데 사실인가요?

◆ 안기원> 러시아 매스컴과 인터뷰했을 때, 자신은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빙상에 관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인터뷰를 했어요. 현수가 그런 얘기를 했을 때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이런(파벌) 문제가 있어서 현수가 러시아에 왔는데 다시 들어가서 그런 연맹의 윗분들하고 어떻게 일을 같이 할 수가 있겠어요? 일을 할 수가 없죠.

◇ 김현정> 만약 변화가 있다면, 개혁이 있다면 그때는 돌아와서 다시 할 가능성은, 여지는 남아 있는 건가요?

◆ 안기원> 아니요 그것도 없습니다, 현수는 없고요. 러시아에서 모든 환경이 너무나 좋고, 또 현수를 대하는 국민들이나 푸틴 대통령부터 빙상연맹 회장부터 다 현수를 필요로 하고, 현수가 ‘우리의 희망이다, 쇼트트랙의 희망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현수는 그런 분위기에서 있고 싶지, 여기 나와서 마음고생하며 윗사람 눈치 보면서 그런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아쉽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 왜 이렇게 됐는가, 우리의 영웅이어야 될 사람이 왜 이렇게 됐는가 이런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 안기원> 제 마음은 더 아픕니다.

◇ 김현정> 하루빨리 우리 선수들이 마음고생 없이 열심히 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라면서 한국 쇼트트랙도 같이 축하받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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