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NO! 현금만 OK" 대학 등록금, 카드 외면

부산지역 대학 대부분 등록금 현금 납부만 허용…학부모 고충 외면 지적

(자료사진)
본격적인 대학 입학 시즌을 앞두고 부산지역 대부분 대학이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때문에 등록금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측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대안 찾기에 나서기보다 되레 고충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52)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막내딸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 기쁨도 잠시, 두 딸아이의 등록금 납부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거의 천만 원에 육박하는 목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홑벌이인데다, 전셋값까지 껑충 올라 돈이 나올 구멍이 아무리 찾아도 없는 상황.


신용카드 결제가 유일한 길이지만, 두 대학 모두 오로지 현금으로만 등록금을 납부받고 있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요즘 택시 기본요금이나 가게에서 물 한 병을 사도 모두 신용카드로 계산할 수 있는데 몇백만 원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은 왜 카드 계산을 허용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대학 측이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하고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거들떠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B 사립대를 다니는 이모(22)양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코스모스 졸업을 각오하고 결국 휴학계를 냈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도 한 달에 생활비를 빼면 남는 돈이 30~40만 원 가량.

학자금 대출도 한도까지 모두 받은 상황이어서 학기당 450만 원 가량하는 등록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이씨는 "부모님과 의논해보니 신용카드 계산이 안 되면 도저히 돈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휴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4년제 대학 15곳 가운데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대학은 부산대와 부산교대, 한국해양대 단 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립대학과 부경대는 무조건 현금으로는 등록금 납부를 받고 있다.

전문대학도 10곳 가운데 동주대 단 한 곳만 등록금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대학 측에서는 반값 등록금이 등장한 이후 수년째 등록금이 동결되고 있지만, 물가 인상률은 높아 약 1~2%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사실 대학 등록금 카드 수수료가 다른 가맹점보다 1% 가량 낮지만 전체 규모를 따져 보면 무시 못할 부분"이라며 "등록금 수익이 약 천억 원인데, 카드로 등록금 납부를 받게 되면 수수료로 20억가량이 그냥 빠지게 된다. 학교 입장에서는 일차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 카드 결제의 대안인 등록금 분할 납부제도 부산에선 극소수 대학만 채택하고 있어, 대학들이 학부모들의 등록금 고충을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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