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번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성지 순례 온 한국인 탑승 버스 노려…최소 3명 사망
현지 언론과 외교부,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0분께 시나이반도 동북부의 관광지인 타바 인근에서 성지 순례를 온 한국인이 탑승한 관광버스가 폭발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이 폭발로 모두 4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단 한국인 2~3명과 이집트인 1명이 숨지고 21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상자 6명을 포함해 20여명이 부상해 인근 샤름 엘셰이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모두 3명 또는 4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고 보도하는 등 사상자 수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사상자 대부분은 한국인 관광객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사고 버스에는 충북 진천에 있는 중앙교회 소속 신도 31명과 한국인 가이드인 1명 등 한국인 3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버스는 이집트인이 운전했으며 이 운전사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집트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이집트 여행사가 시나이반도 관광을 주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여행사는 즉각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여행사 사정을 잘 아는 교민은 "성지 순례를 온 한국인들이 오늘 시나이반도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갈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시나이반도의 관광지인 타바 인근으로 이스라엘과 국경 지대이기도 하다.
현지 경찰은 시나이반도에서 활동하는 무장 세력이 버스를 겨냥해 폭탄 공격을 가했거나 도로에 폭탄을 매설해 터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사고 버스 내부에 폭탄이 설치돼 있었으며 이스라엘 관광객도 탑승 중이었다"고 전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한국인 관광버스 폭탄테러' 긴급대응 착수
정부는 한국인 탑승 버스를 대상으로 한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사건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현지 공관 등과 협력해 구체적인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이집트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 관계자 3명을 사건 현장으로 급파했다.
외교부는 또 외교부 청사에서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긴급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소집, 사건 정황 파악과 수습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테러가 한국인을 겨냥했을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외국인 납치와 테러 공격이 종종 발생하는 시나이반도에 대해서는 3단계(여행제한) 지역으로 지정, 여행사에 될 수 있으면 여행 취소나 연기를 요청해 왔다.
◇시나이반도에서 폭탄 테러 자주 발생
시나이반도는 평소에도 외국인 납치와 테러 공격이 종종 발생하는 위험 지역이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시민혁명으로 무너지고 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까지 실각하는 등 이집트 정국이 격랑에 휘말리면서 치안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특히 지난해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에는 시나이반도가 중동 내 지하드(이슬람 성전) 세력의 새 근거지로 떠올랐다.
이집트의 정보·치안 당국은 무르시 축출 이후 외부 이슬람 무장세력이 대거 유입한 시나이반도의 상황을 단순한 치안 불안정에서 명백한 '무장 소요'로 바뀌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군인과 경찰을 노린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들의 거점을 노린 정부군의 공습도 이어지고 있다.
공격과 보복이 꼬리를 물면서 지난해 7월 무르시 축출 이후 100명이 넘는 군인과 경찰관이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됐다.
시나이반도에서는 2012년 2월에도 한국인 관광객 3명이 현지 베두인 무장 세력이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