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6.4 지방선거까지 맞물리면서 각 진영간 정치적 셈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이미 8월로 굳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도 주류-비주류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비박(비박근혜)계는 친박계의 ‘8월 전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조기 전대 개최’를 강하게 요구했다.
“전대를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은 친박이 2016년 총선까지 공천권을 쥐려는 의도”라는 게 비박의 분석이다.
여기에 옛 친이(친이명박)계 나경원 전 의원의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탈락설은 계파 갈등을 더욱 부채질했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안된다”고 차단에 나섰지만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박심(朴心)’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심’ 잡음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추진 과정에서 대두됐다.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는 친박계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지원설을 제기하면서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특히, 울산시장에 강한 의욕을 보이던 원조 친박 정갑윤 의원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과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이주영 의원의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은 청와대와 친박의 친정체제 유지를 위한 절묘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정갑윤 의원의 포기로 원내대표 후보군에 속했던 친이계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울산시장 쪽으로 길을 정하고 다음달 초쯤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진 차출론’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원내대표에의 뜻을 접지 않고 있는 소장개혁파 리더 남경필 의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비박계는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유력한 후보들을 모두 당 밖으로 내보내 손쉽게 당권을 유지하겠다는 친박의 의도로 보고 있다. 당내 비주류 관계자는 “범친박 또는 친박 비주류인 이주영 의원의 장관 내정이 놀라왔던 만큼 청와대와 친박의 의도도 명확해졌다”면서 “당권 장악의 걸림돌들을 모두 치워 권력을 더욱 공고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출론’은 역으로 비박계에게 반격의 계기를 주고 있다. 당의 주류인 친박계가 지방선거의 승패 여부를 가름할 수도권 지역에 안심할만한 인물을 내지못해 비박계에 기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박 지원설이 나오는 김황식 전 총리 역시 이명박정부의 총리였다.
이 때문에 일정상 실현이 어려움에도 비박계가 ‘조기전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친박에 대한 도전장에 다름아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차기 사령부 조합은 계파, 지역 등의 변수가 맞물리면서 불확정성이 증대되고 있다.
당권 후보들의 구도는 이미 윤곽이 정해졌다. 친박 원로인 7선 서청원 의원과 친박에서 탈박, 복박을 거친 5선 김무성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선진통일당 대표였던 6선 이인제 의원, 3선의 최경환 원내대표로 압축된다.
서청원 의원의 경우 정 의원이나 유 최고위원과의 조합을 선호할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인데다 지역 역시 울산(정갑윤)과 부산(유기준)으로 충청권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서 의원과 겹치지 않는다. 범친박 이완구 의원의 경우 원조친박은 아니며 지역도 충남 청양이다.
김무성 의원은 비박 남경필 의원이나 이완구 의원과 짝을 맞추려할 가능성이 있다. 김 의원은 "내가 친박 1번이며, 원조친박으로 친박을 다 만들었다"고 역설했지만, 한 번도 친박에서 떠나지 않았던 서청원 의원보다는 순도가 떨어진다. 지역 측면으로 봐도 김 의원은 부산으로 정갑윤, 유기준 의원과 같은 PK(부산․경남)이다.
충남 논산인 이인제 의원은 이완구 의원과 지역적으로 겹치는 반면, 경북 경산인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완구 의원과 지역 궁합이 맞는다. 부천이 지역구인 김문수 지사는 수원인 남경필 의원과 지역 구도가 좋지 않다.
현재로서는 원내대표 선거가 전대보다 먼저 5월에 있을 예정이다. 각 주자들의 머리 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