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는 15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여자 1500m에서 밴쿠버 대회 금메달리스트 저우양(중국)에 아쉽게 금메달을 내줬다. 막판 선두를 허용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 최강자였지만 올림픽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놓쳤다. 심석희는 지난 시즌부터 최근 10번의 월드컵에서 9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쇼트트랙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기지는 못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불운에 울었던 대표팀의 첫 은메달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한국은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신다운(서울시청), 남자 5000m 계주에서 이호석(고양시청)이 넘어지면서 메달이 좌절됐다. 신다운은 준결승 탈락 뒤 숙소에서 펑펑 울었고, 이호석도 경기 후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아린 속을 달랬다.
여기에 박승희(화성시청)마저 여자 500m 결승에서 영국 선수에 걸려 넘어지면서 동메달에 머물며 종목 사상 첫 한국의 금메달이 좌절됐다. 박승희는 "동메달도 값지다"고 했지만 "금메달을 딸 기회가 너무 아쉽다"며 눈물을 콸콸 쏟았다.
심석희가 언니, 오빠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나섰지만 올림픽 무대는 달랐다. 아직 고교 1학년생으로 절정의 기량을 보였지만 올림픽 경험에서 2% 모자랐다.
당초 500m 예선 뒤 심석희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서는 데 대해 "관중석이 조금 더 시끄러운 것을 빼면 똑같은 대회라고 생각하고 긴장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많은 데 대해서도 "많이들 넘어지기 때문에 주의를 하려고 한다"면서 "최대한 실수를 안 하고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심석희는 "첫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서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레이스 직후 굳었던 표정에 대해서는 "처음 골인하고 들어와서는 아쉬운 마음이 있어서 막 좋아하지 못했다"면서도 "지금은 이제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신다운 오빠도 열심히 했는데 아쉽게 됐다"며 설욕을 노렸던 심석희, 하지만 저우양의 막판 질주, 노련함에 밀렸다. 심석희도 "견제하긴 했는데 그 안에서도 빈틈을 보고 나오는 저우양이 그만큼 노련하다고 생각한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일단 심석희는 첫 올림픽을 은메달로 시작했다. 아직 1000m와 3000m 계주가 남아 있다. 심석희도 "남은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왕의 즉위식 기회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