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시드니는 최근 버스나 기차, 페리, 경전철 등의 교통수단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기존의 그림문자 방식 대신 각 교통수단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형상화한 표지판으로 교체했다.
버스 승강장을 'B'로 표시하고 기차역은 'T'로 표시하는 식이다.
시드니를 관장하는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는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복잡한 시드니의 교통시스템을 한층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 표지판 도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잖은 디자인 전문가들은 새 교통표지판이 이용객들의 혼란만 가중할 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호주디자인협회 제임스 하퍼 회장은 "회원들을 상대로 NSW 주정부가 새로 도입한 교통표지판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며 "알파벳 첫 글자만 보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디자이너 존 홀트는 "시드니는 아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라며 "(알파벳을 쓰지 않는) 일본인이나 중국인 관광객이 'T'라는 글자를 보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홀트는 유럽 중심적 사고로 교통표지판을 제작할 게 아니라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호주의 실정을 반영한 표지판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NSW주 교통부 대변인은 "파리나 뉴욕, 베를린 등의 경우를 봐도 그림문자보다 (알파벳) 글자로 된 교통표지판이 한 교통수단에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려 하는 이용객들이 먼 거리에서도 알아보기 쉽다는 사실이 입증돼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