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 누설' 독일 농림장관, 사퇴 압박 끝 사임

검찰의 수사 기밀을 누설해 사퇴 압력을 받던 독일의 한스-페터 프리드리히 농림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

프리드리히 장관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으며 메르켈 총리가 이를 곧바로 수리했다.

이로써 프리드리히 장관은 지난해 12월 메르켈 3기 대연정이 들어선 이후 불명예 퇴진하는 첫 번째 장관이 됐다.

프리드리히 장관은 내무장관이던 지난해 10월 사회민주당(SPD) 제바스티안 에다티(44) 전 의원을 검찰이 내사 중이라는 정보를 현 부총리겸 경제부장관인 지그마르 가브리엘 사민당 당수에게 알려줬다.

당시 하노버 검찰은 에다티 전 의원이 9~14세 소년의 누드 사진을 구매한 혐의를 잡고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장관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했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몇 시간 동안 (사퇴) 압력이 너무 거세져 농림부 장관으로서의 직무를 정치적 지원 아래 할 수 없게 됐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프리드리히 장관의 사퇴가 "그의 강직한 태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그가 법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메르켈 총리가 프리드리히 장관의 사임을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프리드리히 장관은 애초 야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면서 검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하면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프리드리히 장관이 검찰의 수사 기밀을 누설함으로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했다면서 장관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해왔다.

프리드리히 장관이 수사 정보를 사민당 대표에게 알려준 시점이 공교롭게도 총선후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과 사민당간에 대연정 구성 협상이 벌어지던 때였다.

녹색당 등 야권은 기민-기사당이 검찰의 수사 정보를 사민당과 연정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

프리드리히 장관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선의로 야당 당수에게 내가 아는 것을 알려준 것"이라면서 야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했으나 결국 안팎으로 높아진 사퇴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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