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헌법해석 변경 내가 책임"…파문 확산

"입헌주의의 근본 부정한 발언" 여야·사회단체 비판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의 최종 책임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울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쟁과 무력행사를 금지한 일본 평화헌법을 지키자는 취지로 결성된 시민단체 '9조 모임'은 14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에 관해 "내가 책임을 진다"고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이 "입헌주의의 원칙을 근본에서부터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모리 요이치(小森陽一) 도쿄대 교수는 "헌법에 의해 제한을 받는 행정권력의 장이 내각이 쌓아온 해석에 대해 '현재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책임으로 바꿔도 좋다'는 이중삼중으로 헌법을 밟아 뭉개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모리 교수는 현 상황이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9조를 둘러싼 역사에서 매우 위험한 사태"라고 진단했다.

참가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전쟁하는 국가'를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더욱 큰 운동을 벌이자"고 강조했다.

9조 모임은 작년 10월에도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에 반대하자고 호소해 여배우 요시나가 사유리(吉永小百合) 가수 사와다 겐지(澤田硏二) 영화감독 다카하타 이사오(高畑勳) 등 약 830명의 찬성자를 모았다.

일본 전국의 신문사와 뉴스통신사 근로자 약 80%가 가입한 산별노조인 일본신문노동조합연합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아베 총리의 발언이 "입헌주의와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력적인 논리"라며 "사실상의 쿠데타로 이어진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 노조는 "헌법해석에 관한 정부의 견해는 내각법제국의 정밀한 논의를 축적하고 따라왔다"며 "그때의 정부가 해석개헌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으면 헌법 개정 절차는 일절 필요 없게 되며 내각법제국이나 최고재판소(대법원)의 존재 의의도 부정하는 게 된다"고 강조했다.

'내일의 자유를 지키는 젊은 변호사 모임'은 "헌법의 기본을 이해하라"는 뜻에서 일본의 대학생에게 헌법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한 아시베 노부요시(芦部信喜·작고) 도쿄대 명예교수의 저서 '헌법'을 아베 총리에게 보내 항의의 뜻을 표출했다.

지지통신은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민주당 헌법종합조사회장이 "매우 부끄럽고 국치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사민당 간사장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역대 내각이 축적한 논의를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며 한때의 내각이 멋대로 헌법해석을 변경하는 것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13일 열린 자민당 총무회에서 무라카미 세이치로(村上誠一郞) 전 행정개혁담당상은 "총리의 발언은 선거에서 이기면 헌법을 확대해석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총리의 발언대로라면 "그때그때의 정권이 헌법 해석을 변경할 수 있게 된다"고 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도쿄신문 등도 아베 총리의 발언이 입헌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역대 일본 내각은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일본이 대신 반격하는 집단자위권 행사가 일본 헌법에 어긋난다고 해석했으며 이런 해석을 변경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아베 내각의 구상이다.

아베 총리는 12일 중의원에 출석해 "정부의 최고책임자는 나다. 정부의 답변에는 내가 책임을 지고 선거로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는다"며 헌법해석 변경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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